'카풀 논란' 택시업계, 승차공유업체, 소비자 모두 만족할 해법은? [김현주의 일상 톡톡]

전세계적으로 승차공유 서비스가 도입 및 확대되고 있는 추세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선 쉽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번번이 업계 반발에 부딪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인데요.

지난 2013년 8월 우버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택시업계 반발로 1년 반만에 사실상 철수했습니다. 한 카풀 벤처기업은 규제 장벽에 부딪쳐 올 6월 직원 70%를 감원하기도 했습니다.

업계 상생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번에 당정이 서둘러 '처방인 듯, 처방 아닌, 처방 같은'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는 택시 사납금 폐지와 전면 월급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 카풀 정식서비스를 앞두고 택시기사가 분신사망하는 등 갈등 속에 당정이 부랴부랴 내놓은 처방입니다.

택시기사들은 사납금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법인택시들은 지금까지도 사납금제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이은 경기불황과 택시 공급과잉으로 업계 수익이 악화하면서 기사들은 사납금을 채우는 것조차 갈수록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택시회사 입장에서 TF가 제시한 월급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나서서 관련 예산을 지원해줘야 하지만 상당한 돈이 들어가 이 역시 간단치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국민들이 낸 세금이 쓰이는 것이라 구체적인 소요 예산과 지원 방식 등을 놓고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습니다.

택시기사, 택시회사, 승객 어느 한쪽이 피해를 보거나 과도한 혜택을 누려선 안 된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입니다. 최근 택시기사들의 집단 반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당청이 제대로 된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 택시업계와 승차공유업체, 그리고 소비자들은 '동상삼몽(同床三夢)'을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서 시작된 택시업계와 사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카풀 도입에 항의해 택시기사가 분신·사망한 사건 이후 택시업계는 투쟁 수위를 높여왔습니다. 사망 택시기사 분향소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택시업계의 강력 반발에 카카오도 결국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이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18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카풀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제81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행 법률은 원칙적으로 자가용 자동차로 영업(유상운송)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단 출퇴근 시 일정 금액을 받고 승용차를 함께 타는 카풀은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국내에도 카풀 서비스가 본격 도입되면, 도로나 철도 건설과 같은 막대한 비용의 투자 없이 교통혼잡이나 에너지소비·대기오염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택시나 버스 등 기존 교통수단에서 얻을 수 없는 교통서비스로 일반 국민의 이동권의 향상이 가능한 것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을 가진 사람이 별도 시간이나 노력 없이 교통비 절감은 물론 일정한 수익을 실현할 수 있 새로운 산업"이라며 "일자리나 내수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교통사고시 카풀 안전에 대한 규정이나 보험 등 손해배상 제도는 아직 미비한 상황입니다. 카풀이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입장 정립과 함께 관련 법·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허용되는 예외에 대한 해석의 폭이 너무 넓기 때문입니다.

카풀 운전자나 승객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자동차 보험, 운전자 자격이나 신원 확인, 범죄 악용 가능성 예방 대책 등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택시기사 "카풀 반대"…승객 반응은?

현재 카풀을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편입니다.

카카오 측이 지난 13일 카풀 정식서비스를 내년으로 연기한다는 입장 발표 이후에도 '카풀 전면 반대'를 외치고 있는 택시기사들에 대해 결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한 시민은 "국민에게 유익한 제도와 정책이 '떼법'에 밀리고 있다"며 "정치인들은 표 때문에 갈팡질팡하면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불친절, 승차거부, 난폭운전 등 평소 택시를 타며 겪었던 고충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카풀도 문제지만 손님을 가려 태우는 일부 기사의 몰지각한 행동이 더 나쁘다는 것입니다.

택시업계는 이런 여론엔 아랑곳하지 않고 카풀 금지법을 통과시켜 달라면서 크고 작은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20일엔 대규모 집회도 개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카카오 측은 당장 정식 서비스 출시를 강행하기 보다는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겠다는 입장입니다.

◆기사 월급제 택시회사 난색…혈세 투입하나?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택시업계 월급제 전면 도입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택시기사 월급제가 도입은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시행되지 않는 만큼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 월급제 정착을 이끌겠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카카오의 카풀앱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택시업계 반발이 고조되는 가운데 당정이 꺼내든 택시업계 지원책 중 하나입니다.

앞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택시기사 사납금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하고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당정협의회에선 이 법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 카풀·택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은 "택시기사가 실제 근로시간보다 보수를 덜 받는 문제가 있어 현실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택시기사 월급이 250만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일부 전망에 대해서는 "그 금액(250만원) 보다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월급제 도입에 따른 택시요금 인상 우려에 대해서는 "택시요금을 올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공항 픽업, 임산부·노령자 사전예약제 등 택시 서비스를 다양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당국의 중재안에는 택시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책이 담겨 있다"며 "좀 더 협의해 조만간 최종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내년 초 서울 택시 기본요금 800원 오를 듯

이런 가운데 서울 택시 기본요금을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리는 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인상액은 이달 말 열리는 물가대책심의의원회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됩니다. 실제 인상은 내년 1월 중순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14일 본회의에서 서울시가 제출한 택시요금 조정계획에 대한 의견 청취안을 가결했습니다.

인상안은 현행 3000원인 기본요금을 3800원으로 올리고, 심야 시간대 기본요금은 3600원에서 4600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심야 기본요금 거리는 2㎞, 할증 적용시간은 자정(0시)에서 새벽 4시로 현행과 동일합니다.

서울 택시요금 인상은 26일 열리는 물가대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됩니다. 청취안대로 확정될 경우 기본요금은 현행 3000원에서 3800원, 심야할증 기본요금은 3600원에서 4600원으로 각각 800원, 1000원씩 오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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