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 내몰린 北주민 vs 피해 호소하는 日…일 해역 북한 목조선박 논란

[이슈톡톡] 日 해역 북한 목조선박 올해 들어 169건 일본 해역에 북한 목조 선박의 출현과 몇몇 좌초된 선박·잔해가 밀려들어 해당 지자체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오징어를 둘러싼 북한과 일본의 어업 경쟁이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일본은 피해 방지를 위해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발견된 북한 목조어선.
◆북한 추정·확인 어선 올해 들어 169건

최근 일본 해상 보안청 발표에 따르면 일본 연안에서 발견 북한(추정 포함) 어선은 지난달 기준 총 169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104건의 북한 어선이 일본해를 넘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어선의 출현은 올해 일본 홋카이도에 집중돼 지난해 6건에서 올해 66건으로 무려 11배 급증했다.

해상 보안청은 오징어잡이가 한창인 지난여름 일본을 통과한 태풍의 영향으로 북한 또는 우리나라 동해에서 조업 중이던 북한 선박이 일본해로 넘어오고, 이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레이더에 잡힌 북한 어선. NHK는 “대형 어선을 중심으로 많게는 수십 척의 목선이 일본해역에서 조업한다”고 보도했다.
◆북한 선박이 일본에 몰려든 이유는?

북한 선박이 일본해역 침범하는 이유로 오징어 불법 조업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NHK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일본 ‘노토반도(이시카와현 북부의 반도)’ 앞바다 배타적 경제 수역(EEZ)에 북반 어선의 불법 조업이 잇따라 보고된 후 올해에는 노토반도에서 북쪽으로 이동해 홋카이도 등 일본 북해에서 조업이 확인됐다.

북한 어선의 오징어 조업은 지역 어업협동조합에서 촬영한 영상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쓰가루 해협(홋카이도와 혼슈 아오모리현 사이에 위치)’ 서쪽 부근에서는 대형 선박을 중심으로 목선이 배치돼 대규모 조업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한편 어군 탐지기(어류의 이동 경로 등을 알려주는 기기)도 없는 목조선박이 북한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 홋카이도까지 몰려든 배경으로 일본 어선의 조업이 힌트가 됐다는 의견이다

홋카이도 도립 하코다테 수산시험장 연구원은 “(일본)동해의 오징어잡이는 노토반도 앞바다와 홋카이도 북부 앞바다에서 주로 이뤄진다”며 “올해는 홋카이도 연안에 어장이 형성돼 많은 어선이 모였다. 이에 북한 어선이 일본 배를 쫓아 불법 조업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경제에 정통한 환일본해 경제 연구소 미무라 미쓰히로 주임 연구원은 “북한은 국내 경제 및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단백질원으로 오징어 수요가 높다”며 “나라에서 어업을 강조하고 있어서 북한 어선이 오징어 떼를 쫓아 홋카이도 앞바다까지 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북한 경제 상황을 보면 수산물의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북한 어선은 물고기를 모으는 집어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일본 어선 불빛에 의존해 조업한다.
◆밀려드는 북한어선 “어민 위협·지자체 경제부담”

NHK는 북한 어선의 불법 조업이 일본 지자체에 큰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하코다테 어업 기업 니시타니 노리오 사장은 “북한 선박은 물고기를 모으는 집어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일본 어선 불빛에 의존해 고기잡이한다”며 “승무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문제를 피하기 위해 북한 목선을 발견하면 즉시 퇴거 명령을 내리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실상을 설명했다.

또 북한 어선이 좌초돼 이를 처리하는 비용을 지자체가 떠안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전국 36시정촌(한국 시도군에 해당)에서 목조 선박 철거 및 처분에 든 비용은 약 3700만엔(약 3억 6875만원)으로 집계됐다.

북한 어선 처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지난해 12월부터는 일본 정부가 보조금과 특별 교부세로 전액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홋카이도를 덮친 북한 어선의 급증으로 재정이 바닥난 상황이다. 홋카이도에서는 지난달 좌초된 북한 목선을 처리하지 못해 내년으로 넘겼다. 지역 산업 경제과 관계자는 “폐어선 방치는 위험하지만 정부 보조금이 없이 처분할 수 없다”며 “북한 배가 더는 좌초되지 않길 바랄 정도”라고 말했다.

◆“북한 선원 치료비 부담도”

한편 일본의 비용 부담은 배의 폐기처분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홋카이도 앞바다 무인도에서 북한 목조 선박에서 북한 승무원들이 발견됐다.

당시 구조된 승무원들은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고 지병이 발견돼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이들의 치료비 약 631만엔(약 6295만원)은 시가 우선 부담하고 북한의 반환을 기다렸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지금껏 회수되지 못했다. 또 이들의 경호와 북한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등 북한 어선을 둘러싼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전문가 “국민적인 논의 필요”

환일본해 경제 연구소 미무라 미쓰 히로 주임 연구원은 목조 선박의 좌초에 따른 손해를 일본 측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북한과 국교가 없는 상태에서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북한의 배상은 없다”며 “국가 재정이 힘들어지는 가운데 북한 어선이 일본 해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상 보안청, 수산청의 관리 감독 인원과 감시정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NHK는 “약 13m되는 북한 선박은 한눈에 보기에도 부실했다”며 “이런 배를 타고 일본해로 넘어와 어업 하는 게 믿기 힘들 정도”라며 “어부가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