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2-19 03:00:00
기사수정 2018-12-18 21:17:27
‘한국형’ 2019년 4월 시행 / 지역 발전 거점 활용… 경제 등 활성화 / 핀테크·ICT·비수도권 중심으로 촉진 / 지자체 신청… 총리, 부처 의결해 승인 / 사업자 지정되면 201개 규제서 특례 / 지역 경기 침체 해소·균형 발전 도움 / 車·조선 등 주력산업 부진 탈출구 기대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인 ‘규제자유특구’가 내년에 처음으로 도입된다. 혁신성장의 기치를 내건 정부로서는 규제자유특구의 활성화가 절실하다. 특구에서는 이해관계 충돌 등으로 해결하지 못한 민감한 규제 개혁을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뛰어든 중소·벤처기업들에는 두려움 없는 도전의 공간이 되고, 활로를 잃은 지역경제에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세계일보는 규제자유특구의 의미와 효과, 지방자치단체의 준비상황을 두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한 무인버스가 한국의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을까. 현행 도로교통법상으로는 명시적으로 무인버스가 규정이 안 돼 불법이다. 무인선박 역시 비슷한 신세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이런 사업에 뛰어든 이들이라면 법을 고치기 전에는 제대로 테스트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이 같은 규제의 덫을 피해갈 지름길이 없을까. 내년부터는 상황이 나아질 것 같다.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로 불리는 ‘규제자유특구’가 내년 4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놀이터의 모래밭처럼 신기술·신산업분야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에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준다. 이곳에서라면 일정 구역과 기간을 정해 무인버스가 현재의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실제 도로에서 안전성과 사업성을 검증해 볼 수 있다. 무인선박도 특구 내에서 정한 일정 해역에서 안전성 검증과 같은 테스트베드를 운영할 수 있다.
◆특구, 지역 혁신성장의 전초기지를 꿈꾸다
문재인정부는 내년 규제자유특구를 지역 혁신성장의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경북 포항을 방문,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지역특구법을 토대로 규제샌드박스 도입 등 규제자유특구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규제자유특구가 내년 4월에 시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선제적으로 발굴·개선하는 노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핵심규제 혁신의 일환으로 핀테크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와 비수도권에서 지역혁신성장을 촉진하는 ‘규제자유특구’ 등을 규제샌드박스의 대표 선도 사례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 부처 옴부즈맨 협업 등을 통해 각종 투자 애로를 신속히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각 지역의 시·도지사는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따라 특구 내에서 육성하고자 하는 지역혁신성장사업 또는 지역전략사업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 뒤 특구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지자체가 신청한 특구사업계획은 이후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역임한 규제특례심의위원회와 관계부처의 심의·의결을 거쳐 승인·지정된다. 중기부 장관이 이를 지정·고시한다. 위원회는 공정하고 전문적인 심의를 위해 관계부처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 등 30여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기업들은 추진하는 사업과 관련해 법에 열거된 특례들을 시·도지사에게 요청하면 관계부처가 협의해 특례 여부를 결정한다.
법령에 근거가 없거나 적합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조건을 갖춘다면 관련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규제 여부가 불명확하다면 시·도지사에게 신사업 관련 허가 등의 필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허가 기준이 아예 없는 경우에도 안전성과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면 임시로 판매허가를 활용할 수 있다.
◆‘메뉴판식 특례’로 신사업 촉진… 균형발전의 요람
특구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은 각종 법령이 규정하는 규제 중 201개에 대해 ‘메뉴판식 특례’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은 자사의 신사업과 관련된 규제 완화를 시·도에 요청하면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일부 국가들이 금융산업 등 특정영역에서만 한정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업종 제한 없이 혁신성장 관련된 모든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규제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기존 법령이 정비될 때까지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규제 혁신 3종 세트’도 도입된다. 기업은 시·도에 규제 여부 확인을 요청하면 30일 내 회신받을 수 있다. 기존 법령의 시험·검증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으면 ‘실증 특례’를 통해 일정 기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안전성과 기술 검증을 마쳤으나 허가 기준이 없는 경우에는 임시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특구 내에서 자유롭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국민의 생명·안전·환경을 저해하는 경우에는 이를 제한한다. 기업들은 실증특례나 입시허가를 받은 사업에서 발생하는 인적·물적 피해에 대비해 반드시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가 안착하면 규제로 인한 애로와 지역 경기 침체를 해소해 국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 등 지역 주력산업의 침체로 지역 경제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지역에서는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통하여 새로운 혁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추진하는 기업은 규제자유특구에서 기존 규제로 사업활동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로이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