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2-19 10:55:02
기사수정 2018-12-19 10:55:01
김태룡 前 신민당 의원,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죄로 징역 1년6개월 실형 / 최근 재심에서 40년 만에 무죄 확정… 법원, 1억2600만원 형사보상 결정
제12대 국회(1985∼1988)에서 제1야당이던 신민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태룡(84·사진) 대한민국 헌정회 고문이 유신정권 시절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국가로부터 1억2000여만원의 보상금도 지급받게 됐다. 헌정회는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이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박형준)는 지난 5월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김 고문에게 형사보상금 1억2618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 결정이 최근 확정됐다고 19일 밝혔다.
김 고문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독재가 극에 달했던 1977년 제1야당인 신민당의 야당성회복투쟁위원회 공동의장 겸 대변인을 맡아 반정부 투쟁의 선봉에 섰다.
그는 1977년 11월15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한 시국행사에 참석해 청중 350여명을 상대로 격려사를 했다.
김 고문은 먼저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유신체제요, 야당의 정치활동을 봉쇄하는 것이 유신체제요, 한 사람의 장기집권을 보장하는 것이 유신체제”라는 말로 유신헌법 폐지를 촉구했다.
이어 그는 유신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대통령 긴급조치를 겨냥해 “헌법 개정 말 한 마디만 하면 (징역형을) 5년, 10년 막 때려,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법이요, 예산이요, 철칙”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을 향해선 “대통령이 말 한 마디 하면 법이 고쳐지고, 국회가 해산되고 국회에서 심리를 한 예산이 마음대로 집행되고 이게 민주국가냐”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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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신헌법 개정 요구를 금지하는 내용의 대통령 긴급조치 선포 소속을 알린 동아일보 1974년 1월9일자 1면. |
유신정권의 대통령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 개정을 요구하거나 대통령을 비방하는 행위,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행위 등을 징역형으로 엄히 처벌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이 발언 내용이 알려지고 김 고문은 수사기관에 끌려가 조사를 받은 뒤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형사지법(현 서울중앙지법)은 이듬해인 1978년 2월 1심에서 김 고문에게 징역 2년 실형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해 6월 서울고법은 항소심에서 김 고문의 형량을 징역 1년6개월 실형에 자격정지 1년6개월로 다소 깎았다. 김 고문은 항소심 형량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기각됨으로써 이 형량이 그대로 확정됐다.
복역을 마치고 나온 김 고문은 유신정권 마지막 해인 1979년 또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속됐으나 10·26 이후 법원의 면소 판결로 풀려났다. 이후 정계에 투신한 그는 1985년 신민당 소속으로 12대 국회의원(대전 중구)에 당선됐고 대변인을 지냈다. 신민당이 김영삼(YS)·김대중(DJ) 두 총재 중심의 통일민주당으로 개편된 뒤 민주당 대변인도 역임했다.
김 고문은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 과거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사건에 대한 재심을 법원에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이를 받아들여 올해 5월 김 고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죄 확정 후 꼭 40년 만에 명예를 회복한 셈이다.
법원은 김 고문이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1년6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점을 감안해 형사보상금 액수를 1억2600여만원으로 산정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