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아닌데… 사업 지속 가능성 적어”

‘핀테크 예견’ 이경전 교수 비판 / “은행·소비자가 유지비 부담 구조 / 정부, 새 결제환경 조성 역할 넘어 / 사업자로 뛰어들어 민간 배제” “제로페이는 이름과 내용이 다르다. 실상을 보면 제로페이란 이름은 사기에 가깝다.”

이경전(사진) 경희대 교수(경영학)는 20일 인터뷰에서 이날 시범사업을 시작한 제로페이 사업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제로페이 사업은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준비한 정책이다. 애초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약으로 내걸어 서울페이를 추진하다가 중기부가 합류하면서 이름도 제로페이로 바꾸고 전국 단위 사업으로 확대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 교수가 이 사업을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용카드 결제가 세계적인 붐을 일으킨 2006년 당시만 해도 컴퓨터와 통신망을 사업자만 보유했지만, 미래엔 소비자도 이를 갖게 될 것이고 결제 시스템도 사업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격변할 것이란 논문을 쓰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듬해 등장한 애플 아이폰, 핀테크(금융+기술) 등을 예견한 것이다.

이 교수는 제로페이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가격을 결정했다는 점”이라며 “실제론 제로도 아닌 데다 가장 충격적인 건 정부가 결제 회사를 만든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표준을 수립해 새로운 결제가 일어날 환경을 만들어야 할 정부가 사업자로 뛰어들었다”며 “기존 민간 사업자까지 배제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교수는 “세금만 날리고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업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비용을 은행과 소비자가 물게 돼 있는 구조인데 지속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그는 “제일 큰 문제는 소비자가 안 쓸 거라는 점”이라며 “신용카드가 있고 후불결제를 해왔고 마일리지가 쌓여 있는데, 아무런 혜택도 없는 제로페이를 쓸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와 중기부는 이런 비판들에 대해 일단 시작하고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정부 측과 대화해보면 열심히 듣긴 하는데, 조직을 만들려는 욕구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 정부 정책을 보면 선한 생각을 하는데 결과는 악하게 나온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탄식했다.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개방과 표준을 강조했다. 직접 뛸 게 아니라 환경을 만들어 경쟁이 일어나고 혁신 모델이 등장해 자연스럽게 수수료가 떨어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방문판매직, 도로변 주차장 같은 신용카드 사용이 녹록지 않은 분야를 발굴하고 정리해주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