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아라레이크 펜션 참사의 원인이 보일러 배기가스 누출로 지목된 가운데, 사고가 난 펜션 건물주가 보일러를 온라인상에서 구매한 뒤 시공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 수사본부가 시공업체의 무자격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펜션사고 대책본부는 "사고가 난 펜션의 건물주가 2014년 인터넷으로 보일러를 구매해 시공업체에 (시공을) 의뢰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적법한 자격을 갖춘 업체가 사고가 난 펜션의 보일러를 시공한 것인지, 무자격자가 시공한 것인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할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가스보일러는 대리점이나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스보일러 설치·시공은 반드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가스시설시공업(1·2·3종)을 등록한 자(면허보유자)가 해야합니다. 관련 자격증이 있어야 해당 지자체에 관련 업종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펜션 건물주가 이 같은 가스보일러 설치·시공 자격을 갖춘 업자에게 보일러 설치를 의뢰해 시공했는지 여부입니다.
대책본부는 "해당 시공 업체는 강릉시에 가스시공업체로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본부는 펜션 건물주가 무자격자에게 보일러 시공을 의뢰해 부실시공으로 이어졌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강릉 참사 펜션주인, 무자격업자에게 보일러 시공 의뢰?
경찰은 보일러 배기관이 언제·왜 어긋났고, 인위적으로 누군가가 만졌는지를 밝히는 데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한 핵심 열쇠이자 과실 책임의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우선 경찰은 보일러 본체와 배기관이 어긋난 시점, 즉 '연통 접촉 불량'이 2014년 보일러 설치 때부터인지, 지난 7월 게스트 하우스에서 펜션으로 변경된 시기인지, 장시간에 걸쳐 벌어진 것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일러 설치나 구조 변경 과정에서 배기관의 인위적 절단 여부, 배기관과 보일러 본체 이음매에 내연 실리콘으로 마감되지 않은 점 등 부실시공 부분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고 현장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은 지난 19일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보일러를 떼어 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사고 학생들이 묵은 201호 객실의 과거 투숙객을 대상으로 투숙 당시 보일러 이상 여부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달 초 해당 객실에 내국인과 외국인 단체 투숙객이 순차적으로 묵었다는 펜션 업주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해당 객실에 지난 17일 학생 10명이 투숙하기 전 열흘간 비어 있었던 점을 확인하고, 이 사이에 어떤 작업이 있었는지도 조사중입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사고가 난 펜션 객실의 보일러 연통이 언제부터, 왜 어긋나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누군가 연통 부분을 접촉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통 부분의 지문 감식도 진행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일산화탄소 다량 흡입, 중추신경계 마비…의식 잃거나 사망
겨울마다 숱한 인명을 앗아가 소리없이 찾아오는 '죽음의 연기'라 불리는 일산화탄소(CO). 이 죽음의 연기는 우리가 사는 곳에 예고 없이 찾아와 회복 불가능한 치명상을 남깁니다.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리는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로 사람이 인지할 수 없어 더욱 치명적입니다.
의학계에 따르면 일산화탄소가 폐로 들어가면 혈액에 있는 헤모글로빈(혈액소)과 급격히 반응하면서 산소의 순환을 방해합니다.
일산화탄소 흡입으로 체내 산소공급이 부족해지면 뇌와 척추가 영향을 받아 두통과 현기증, 구토 증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많이 흡입하면 중추신경계가 마비돼 의식을 잃거나 결국 사망합니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야영장·펜션·아파트 등지에서 발생한 보일러 및 가스 중독사고는 23건으로 이중 14명이 숨지고 35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는 순수 사고로 집계된 수치입니다.
수능을 마친 고교생들이 쓰러진 이번 강릉의 펜션 객실에서도 환경부의 정상 기준치(10ppm)의 8배에 가까운 양의 일산화탄소가 검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일산화탄소 사고 예방을 위해 캠핑장과 펜션 등 야영시설을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나들이 기분에 너무 들뜨지 말고, 일단 숙소에 도착하면 보일러 환기시설 등을 꼼꼼하게 살핀 뒤 야외방갈로·텐트·찜질방 등에 머물 때도 취침 전 가스 및 연탄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일러 배관 등에서 새어 나오는 일산화탄소는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일으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며 "보일러 사용이 많은 겨울철에는 점검을 꼼꼼히 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밀폐된 공간은 위험할 수 있어 수시로 환기를 해줘야 한다"며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하거나 일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식물을 주방과 난방기구 근처에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숙소 도착하면 보일러 환기시설 점검부터…수시로 환기해줘야
한편 가정형편 탓에 적절한 난방을 하지 못하는 에너지 취약계층이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에너지 관련 시민단체 모임인 에너지시민연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동절기 에너지 빈곤층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9일 동안 서울, 대구, 인천, 광주 등 10개 지역의 에너지 취약계층 총 506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조사대상의 평균연령은 71세였고, 조사대상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는 335가구로 66%를 차지했습니다. 조사 기간, 조사 가구의 실내온도는 약 17℃로 실내적정온도 20℃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주된 난방시설은 도시가스 보일러가 329가구(65%)로 가장 많았습니다. 보조 난방기기로 많이 사용되는 전기 장판·매트를 주된 난방시설로 사용하는 응답자는 42가구였습니다. 재래식 아궁이를 사용하는 응답자(2가구)도 있었습니다.
보조 난방기구로는 전기장판을 보유한 가구가 382가구로 가장 많았습니다. 보조 난방기기조차 없는 가구는 47가구로 조사됐습니다.
조사대상 가구의 평균 한 달 수입(전체 가족 구성원 총수입)은 약 52만원이었습니다. 지난 겨울 3개월간(2017년 12월∼2018년 2월) 난방요금으로 평균 약 6만4000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파로 인한 건강 이상 경험(복수응답 가능)으로는 감기가 269가구(73%)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신경통(143가구), 관절염(141가구), 두통(79가구) 순이었습니다.
에너지복지제도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41%,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49%에 달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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