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은 문재인 정부 들어 4번째 나온 자영업 대책입니다.
이날 발표된 대책은 '성장·혁신하는 자영업, 잘 사는 자영업자'를 비전으로 창업부터 폐업에 이르기까지 자영업의 '생애주기'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상권 보호와 상생 협력을 강화하며, 자영업자들의 복지를 확대하는 내용 등을 종합한 내용입니다.
우선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 자영업이 밀집한 구(舊)도심 상권을 혁신거점으로 집중 육성하는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상권 특색이 들어간 경관을 만들고 쇼핑, 커뮤니티, 청년창업, 힐링이 한곳에서 이뤄지도록 할 방침입니다.
정부는 올해 대구, 전남 강진, 경기 수원 등 3곳을 상권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해 구역당 5년간 8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이를 내년에는 13곳으로 늘리고, 나아가 2022년까지는 30곳을 지역 혁신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빈 점포를 매입하면 정부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점포 매입비용을 지원하는 사업도 시범적으로 추진됩니다.
전통시장의 주차장 보급률은 2022년까지 100%로 끌어올리고, 주요 상권에도 공영주차장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2022년까지 전통시장 300곳의 낡은 전기설비를 개선하고, 화재알림시스템도 700개 시장에 확대 설치할 방침입니다.
'소공인 복합지원센터'도 조성됩니다. 스마트제조 장비를 구축하고 소공인의 제품개발에서부터 공동작업, 온라인 공동구매·판매, 전시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지원하는 곳입니다. 내년에 2곳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10개 안팎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또 기술보증기금에 소공인 혁신성장 우대 보증을 신설, 기업당 최대 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소상공인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정보화, 세계화 역량도 강화하겠다는 복안입니다.
공영 홈쇼핑에 '소상공인 특화 방송코너'를 신설하고 온라인 쇼핑몰 입점도 연계해 지원할 방침이며, 소상공인 1인 방송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자영업 수출컨소시엄'도 내년에 도입됩니다. 자영업 단체와 프랜차이즈의 해외진출 준비에서부터 시장 조사, 바이어 발굴, 계약 체결 등을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성장·혁신하는 자영업, 잘 사는 자영업자' 4번째 자영업 대책 현실성은?
정부는 자영업과 소상공인 전용 상품권 판매를 확대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현재 3700억원 수준인 지역사랑 상품권 발행 규모를 내년에는 2조원으로 확대합니다. 온누리상품권은 연 2조원 이상 발행, 2022년까지 총 10조원 가량을 발행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온누리상품권 권장구매 비율이 늘어나고, 공무원들이 받는 복지포인트의 온누리상품권 지급 비율도 현행 30%에서 40%로 10%포인트 늘어납니다.
자영업 점포에서 쓰는 '국민포인트제'도 마련됩니다. 상품권 할인 금액을 제로페이 포인트로 충전해 자영업 점포에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이동통신사와 유통 대기업 등의 포인트도 국민 포인트와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청사와 지자체 주변 상권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구내식당 의무휴무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고 합니다.
영세업자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역 신용보증기금 보증 규모를 매년 1조∼2조원씩 확대하고, 저신용 자영업자를 위한 전용자금을 내년에 100억원 규모로 신설하기로 했는데요.
정부는 자영업자의 실패 확률을 줄이도록 창업 전 교육을 강화하고, 창업 시에는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예비창업자 1만명에게 바우처를 지급해 사업자등록 전에 전문기술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튼튼창업프로그램'이 내년 도입됩니다. 정부가 교육비의 90%, 1인당 50만원한도 내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기존 신사업창업사관학교는 복합형 교육시설로 확대 개편, 현재 6곳에서 2022년까지 17곳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설령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기 쉽도록 돕고, 폐업 과정도 지원한다네요.
개인의 연체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채무조정제도를 도입하고, 임대차 계약 만료 전에 폐업으로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저금리로 단기자금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소상공인지원센터에 폐업지원 전담창구를 신설하는 한편, 폐업한 소상공인은 임금근로자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재기 교육도 내실화하겠다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문제가 됐던 상가임차인 권리 보호범위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상가임대차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환산보증금'을 점진적으로 없애고, 철거·재건축 시에는 우선입주요구권과 퇴거 보상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의 무분별한 시장 잠식을 막는 대책도 마련됩니다. 정부는 대규모 점포의 입지와 영업제한을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법 개정 전이라도 하위법령을 통해 상권영향평가서를 보완하며, 교통영향평가심의를 강화하는 등 가능한 방안을 우선 시행할 방침입니다.
가맹점, 대리점이 본사와 겪는 분쟁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가맹점이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광역지자체에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하고, 하도급·유통 분야에도 지자체 분쟁조정협의회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가맹 분야 옴부즈맨 제도는 외식업에서 도소매·서비스업까지 확대된다고 합니다. 상생협력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자영업자와 O2O(온·오프라인 연계) 기업, 온라인 포털의 동반성장과 공정거래도 유도할 방침입니다.
소상공인 단체가 플랫폼 사업자와 거래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협의회를 정례화하고, 불공정행위를 신고하는 통합창구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가맹점과 본부의 상생을 돕기 위해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를 집중 육성하고, 본부의 상생협력 노력을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요소로 반영할 방침입니다. 가맹점의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영업지역 내의 대리점, 유사가맹점 등의 설치를 금지한다고 합니다.
◆상가임차인 권리 보호범위 확대…가맹점 피해 신속 구제
정부는 노란우산공제를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노란우산공제는 소상공인이 폐업에 대비해 사업 재기, 생활안정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또 정부는 지자체별로 노란우산 공제부금을 매칭, 복지서비스를 확대해 공제가입률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교육·컨설팅 등의 프로그램도 새로 마련해 가입자에게 제공할 계획입니다.
1인 자영업자에게 4대보험을 지원하는 기반도 조성합니다. 고용보험은 가입조건을 완화하고, 체납 시 자동해지 기간이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납니다.
산재보험은 1인 자영업자 가입 업종을 제조업 일부에서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고, 무급가족 종사자도 포함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자영업 밀집지역 내 맞춤형 어린이집과 커뮤니티센터 등 공간을 마련하고, 자영업자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지수를 개발해 정책수립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미용, 외식업 등 생활밀착형 업종별로 그동안 문제가 제기됐던 규제를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완화하는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고 합니다.
정부는 자영업 정책체계를 혁신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자영업 전반을 포괄하는 '소상공인·자영업기본법'을 제정할 계획입니다.
이 법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의 개념에서부터 지원·보호정책의 개괄적 내용, 실태조사 등 자영업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안에 자영업 정책 협의회도 만듭니다. 중기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해 부처별 정책을 조정하고, 지방에는 지역중소기업정책협의회를 활용해 소통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중인 소상공인·자영업 전담 지원센터를 모든 지자체로 확산하고, '민=관 현장소통 태스크포스(TF)'를 분기마다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는 소상공인·자영업 부설 정책 연구기관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현재 2조원 수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예산은 올해 2조700억원에서 2022년까지 4조원으로 확충하기로 했습니다.
◆소상공인 "일단 환영"…재탕·삼탕 정책이란 지적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는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 대책에 대해 '획기적'이라며 호평하고 있습니다. 부처를 상대로 의견을 개진해 온 만큼 정책 파트너로서 신뢰감을 형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관계자는 "참여단체들이 대체로 호평했다. 발표된 대책 절반 이상이 이들의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일방적 발표가 아닌 정책 수립과정에 참여해 파트너로서 정부와 신뢰감을 형성한 계기라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가 이번 대책이 '획기적 처사'라는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히 고용보험 가입조건을 완전히 철폐하는 등 폐업 자영업자에 대한 안전망 강화를 근거로 들었다고 합니다.
정부는 1인 자영업자의 4대보험 지원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관련 조건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고용보험은 창업 후 5년 이내 가입조건이 철폐됐다고 합니다. 자동해지 기간은 기존의 2배인 6개월로 늘었습니다. 산재보험의 경우 1인 자영업자의 가입 업종을 전 업종으로 확대했으며, 무급가족종사자까지 포함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용보험에 대한 창업 5년 이내라는 가입조건이 완전히 철폐됐다는 것은 정말 획기적"이라며 "폐업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흡족해했습니다.
업계는 지역생활 상품권을 발행하겠다는 정부 대책에 대해서도 기대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비용 절감을 위한 대책이 카드수수료율 줄이기였다면, 이번에 발표된 지역생활상품권의 2조원 규모 발행은 매출 증대를 위한 대표 대책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지방정부의 영역으로 외면됐던 부분이 중앙정부의 협조를 통해 구매 인센티브라는 부담을 덜게 돼 지역화폐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을 통해 대책에 대한 기대를 표했는데요. 중기중앙회는 "이번 대책이 포용적 성장을 위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성장과 혁신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정책을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업계는 이번 대책에 반영되지 못한 일련의 정책들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현장 필요성이 높은 만큼 시급하다는 입장입니다.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의 경우 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일자리를 지켜주는 것인데 보호 차원에 머물기보다 예산과 제도로 '육성'에 대한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전통시장 주차장 개설 비용은 현재 지방·중앙 정부가 5대 5로 부담해 지방정부가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업계는 이번 대책이 정부와 민간의 협의를 통한 결과라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정책 효과를 증대하기 위한 인력보강 등의 방안도 요청했습니다. 획기적인 정책이 마련된 만큼 원활한 집행과 높은 효과를 얻기 인력보강 등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채용공고 갈무리하기 △근로계약서 쓰고 받기 △최저시급 확인하기 △4대 보험 가입하기 △일한 시간 체크하기 △괴롭히면 녹음하기 △주휴수당 챙기기 △유급휴가 챙기기 △사직서는 신중하게 △강제노동은 불법 '슬기로운 직장생활·알바 편' 꿀팁 10계명을 선정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한겨레21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단순 '알바생'이 아닌 (엄연한) 노동자"라며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고, 1년 미만 계약직이나 청소, 판매, 서비스 등 단순노무직일 경우 수습 기간에 90%가 아닌 100%를 지급해야 한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도 받아야 하는데 모르면 떼인다"고 밝혔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세계닷컴>세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