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최저임금 폭탄 터지나? 소상공인 고통 커지고 고용참사 일어날 듯 [김현주의 일상 톡톡]

경영계의 거센 반발 등 크고 작은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최저임금 산정기준을 담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심의를 결국 보류했습니다.

대신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주 40시간 근무하면 하루가 나오는 법정 주휴 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은 포함하고, 기업과 노조가 협약하는 약정 주휴 시간은 근로시간과 임금에서 모두 제외하는 수정안을 오는 31일 재심의하기로 했습니다.

노사 단체협약으로 유급휴일을 이틀까지 인정하기도 하는 대기업에서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지 못하자 서둘러 마련한 미봉책으로 보입니다.

재계는 "최저임금 계산 시 주휴 시간을 근로시간인 분모에만 넣을 경우 최저임금이 20% 이상 올라 1만원을 넘고, 대기업조차 최저임금을 위반하게 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대법원은 주휴 시간을 주당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고 수차례 판결했습니다. 이같은 민감한 쟁점이 있는데도 정부는 법정·약정 주휴 시간 모두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하는 시행령 개정을 강행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정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원안을 강행할 당시 "8월부터 입법예고를 했고, 주휴 시간을 최저임금 산정에 사용해온 그간의 행정 해석을 명문화한 것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본급 비중이 낮은 일부 대기업 임금체계 문제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대국민 설득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휴 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적용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생의 권익이 어느 정도 손상되는지에 대해 제대로 살펴봤는지도 의문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제3차 경제활력 대책회의 겸 제23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핵심은 지난 30년간 노사가 받아들이고 산업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돼온 월 209시간 시급환산기준을 그대로 시행령에 명료하게 반영하자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해온 방식대로 법정주휴수당이 포함된 최저임금을 209시간으로 시급환산하자는 것인 만큼 기업에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전혀 없다. 최저임금이 더 인상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사실상 "최저임금 시행령의 수정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돼 재계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임금은 올해 내내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그만큼 노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한 사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년에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등 민감한 논의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을 보완하는 운영의 묘를 살려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 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의 입법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 방침을 밝힌 지난 24일 수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입법예고 기간은 28일까지이며,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됩니다.

수정안은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을 '소정근로시간 수와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 수를 합산한 시간 수'로 규정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5조는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도록 한 것으로, 주휴수당에 관한 조항입니다. 수정안은 주휴수당 지급에 해당하는 시간, 즉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포함하도록 한 것입니다.

월급으로 임금을 주는 사업장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산정할 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는 임금 총액을 월 노동시간으로 나눠 최저임금과 비교할 '가상 시급'을 산출해야 하는데, 이때 적용하는 월 노동시간이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입니다.

분모인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이 작을수록 경영계에 유리한데요. 같은 월급을 주고도 가상 시급이 커져 최저임금 위반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경영계가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서 주휴시간을 빼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는 임금 총액, 즉 분자에는 주휴수당이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분자에는 주휴수당을 넣고 분모에서는 주휴시간을 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경영·노동계 반발…정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밀어붙이나?

당국은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약 30년 동안 일관적으로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행정지침을 유지했습니다.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은 이를 명문화한 것일 뿐 실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경영계가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에 반발하는 것은 행정지침이 명문화될 경우 이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경영계는 외형상 행정지침과 달라 보이는 일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서 주휴시간을 빼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행정지침에 대한 경영계 반발은 커졌고, 당국은 논란을 방치하면 산업 현장의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고 행정지침 명문화에 나섰습니다. 행정지침을 명문화하면 대법원도 기존 판례와는 다른 해석을 내놓을 것으로 당국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서 주휴시간을 빼달라는 경영계 요구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는 게 당국의 입장입니다.

특히 최저임금 비교 대상인 가상 시급을 산출할 때 분자의 주휴수당은 그대로 두고 분모에서 주휴시간을 빼면 월급제 노동자가 시급제 노동자와 비교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당국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소정근로시간 주 40시간(월 174시간)에 주휴시간을 뺀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은 174시간입니다.

여기에 내년 최저임금 8350원을 적용하면, 시급제에서는 한 달 동안 노동자에게 최소한 8350원에 소정근로시간 174시간을 곱한 145만원을 줘야 최저임금 위반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상 의무 수당인 주휴수당 29만원은 별도로 지급해야 합니다. 한 달 동안 174만원 이상은 줘야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주휴수당을 월급에 포함해 한꺼번에 지급하는 월급제에서는 노동자에게 월급으로 145만원만 줘도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으로 나눈 가상 시급이 8350원이 돼 최저임금 위반을 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월급제 노동자는 29만원(174만원-145만원)을 적게 받을 수도 있어 임금이 시급제보다 16.7% 적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주휴수당 논란 활활…누구 주장이 맞을까? 전문가 "월 174시간이 합리적"

당국은 최저임금 가상 시급을 산출할 때 분자에 특정 임금을 넣을 경우 분모에도 이에 해당하는 노동시간을 넣는 게 합리적이라는 입장입니다.

대법원이 1998년 통상임금 관련 판례에서 노동의 시간당 가치인 시급을 산정할 때 임금(분자)과 노동시간(분모)이 상응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점에도 당국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당국이 수정안에서 최저임금 산정에 유급휴일수당과 유급휴일시간은 각각 분자와 분모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도 같은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유급휴일수당과 시간을 동시에 제외하면 분자와 분모가 같은 비율로 줄어 가상 시급 산출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당국이 최저임금 산정에서 유급휴일수당과 시간을 제외하기로 한 것은 유급휴일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주가 시행령 개정으로 큰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없애기 위한 것입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원안에 대해 토요일 8시간에 해당하는 유급휴일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장의 경우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이 243시간으로 불어난다며 반발했습니다.

경영계가 기존 제도에는 없는 새로운 부담을 져야 하는 것처럼 주장하고, 이 같은 주장이 확산하자 당국은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더 복잡하게 만든 셈입니다.

당국이 고액연봉을 주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 최저임금 위반이 적발돼도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최장 6개월의 시정 기간을 주기로 한 것도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정부가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항상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면서 사용자에 대해서는 법 시행을 사실상 유예하는 이중 잣대를 보인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에서도 지난 7월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 요구를 수용해 6개월의 계도기간을 줬고, 계도기간이 끝나는 연말이 다가오자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3개월의 계도기간을 더 주기로 했습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며 "사용자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으로 보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최저임금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 강행…질 좋은 일자리 감소, 각종 부작용 속출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최저임금 산정 시 월 단위로 지급된 임금을 월의 소정근로 시간으로 나누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면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통상임금 산정 시 월 급여를 소정근로 시간과 소정근로 시간 이외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 즉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더한 시간으로 나눠 계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처럼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근로기준법 시행령과 달리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기준 노동시간에 포함할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양자를 구별해야 하고, 굳이 포함하도록 규정돼 있지 않음을 이유로 기준 노동시간에서 제외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기초로 삼아 이후 최저임금 산정 기준 노동시간을 구할 때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이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이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시간이어서 기준 노동시간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경영계 주장은 실제 판결 내용과 간극이 있는 것입니다.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오히려 대법원이 시행령을 지나치게 문리적으로만 해석해 노동자에게 이중으로 불리한 판결을 내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2007년 대법원 판결은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 노동시간에 포함시키지 않은 동시에, 주휴수당 자체는 소정근로에 대한 임금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산정 기준 월 임금'에 포함시켰습니다.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계산식 중 분자에 해당하는 월 임금에는 주휴수당을 포함시키면서, 분모에 해당하는 기준 노동시간에는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포함하지 않아 이중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기준 노동시간에서 제외한다면, 주휴수당도 월 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 해석"이라며 "주휴수당은 월 임금에 포함시키면서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은 제외한 것은 다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근로기준법 시행령과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구별해 판단을 내린 것도 적절치 못한 판단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1997년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노동계는 통상임금 산정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산정 때도 주휴수당 관련 노동시간을 기준 노동시간에 포함해 계산했습니다. 주휴수당이 통상임금의 성격을 가지는 만큼 최저임금 산정에도 당연히 고려돼야 한다고 봐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월 임금은 물론 기준 노동시간에 포함한 것입니다.

이 관계자는 "시행령이 실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규정이었다면, 위법한 법령 심사를 해서라도 바로 잡았어야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방향엔 공감하지만 속도 너무 빨라…자영업자 타격 더 커질 듯

최저임금위원회를 이원화하는 것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성 논란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위원회 운영과정에서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히 위원회를 이원화 하는 것뿐만 아니라 위원 추천방식, 상·하한 결정 기준 등 세부안 마련 과정에서 세심한 보완책이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방안에서 최저임금위원회를 '최저임금 구간설정위원회'와 '최저임금 결정위원회'로 나누도록 했습니다.

우선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를 신설해 합리적인 상·하한 인상구간을 설정하고, 노·사·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에서가 이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노동계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다, 학계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원화 방안 자체가 나쁜 시도는 아니지만 세부적인 보완절차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위원을 선정할 때 정부 편향성을 배제할 수 있는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현재 노동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9인, 근로자위원 9인, 사용자위원 9인 등 총 27명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공익위원이 사실상 정부에 의해 좌우돼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던 지난 7월14일에도 공익위원 편향성 문제가 제기돼 사용자위원이 모두 불참하고,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만 참석한 채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이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정부 "최저임금 수정안 기업에 부담없다"…처벌보다는 '자율 시정' 위주의 근로감독할 것

노동부는 내년 어려운 경제·고용 환경을 고려해 단속과 처벌보다는 '자율 시정' 중심의 근로감독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지난 26일 서울중앙우체국 대회의실에서 전국 지방관서 근로감독관 100여명과 간담회를 열어 "내년 경제·고용 여건 등을 고려해 자율 시정 중심의 근로감독을 실시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당국은 내년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 수시·특별 감독이 아닌 정기 감독의 경우 사전 계도로 충분한 자율 시정 시간을 준 다음, 지도·점검을 하기로 했습니다.

내년 정기 감독 대상 사업장은 2만여 곳입니다. 당국은 이 사업장에 대해 현장 점검 1∼2개월을 앞두고 사전 통보함으로써 사업장 스스로 노동관계법을 준수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최저임금에 대해 이 장관은 "사업주·노동자 간담회, 현장 방문 등 계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현장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어 "기업들이 주 최대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라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도록 지원하는 과정에서 노동시간 단축 계도기간, 최저임금 자율 시정 기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당국은 노동시간 단축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내년 3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해주기로 했습니다. 고액연봉 대기업의 최저임금 위반에 대해서는 임금체계 개편 등을 위한 시정 기간을 최장 6개월 부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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