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 되기 위해 부정행위…? 윤리 의식 어디로

경찰·해경 채용시험서 잇단 부정행위

최근 경찰 및 해양경찰의 채용시험에서 부정행위자가 여럿 적발돼 시험 결과가 취소되거나 향후 5년간 경찰공무원 시험 응시 제한 등 제재를 받았다. 공무원, 특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진 경찰공무원은 다른 어느 직종보다 직업적 양심과 도덕성이 중요한데 일부 공무원시험준비생(공시생)이 시험 단계부터 윤리 의식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29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치러진 순경 채용 필기시험에서 응시자 A(여)씨가 부정행위로 적발됐다. A씨는 시험 시간이 종료한 후에도 답안지를 계속 작성하다가 감독관한테 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경찰청은 해당 시험을 무효로 조치했다.

최근 해양경찰청이 실시한 경력 경찰관 채용에서도 부정행위자가 다수 적발됐다. 해경은 항공조종 분야 경력 경찰관(경위)에 응시해 합격한 B씨 등 3명의 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오는 2023년 12월까지 5년간 경찰공무원 시험 응시를 제한키로 했다. B씨 등은 응시자격 서류 제출과 관련해 부정한 수단으로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의 시험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경 항공조종 분야 경력 경찰관(경위)에 응시했던 C씨도 최종 합격했으나 뒤늦게 부정행위가 드러나 합격이 취소됐다. C씨는 애초 응시자격 요건에 미달했는데도 이를 감추고 시험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 항공전탐 분야 경력 경찰관(순경) 채용에서도 부정행위가 저질러져 D씨 등 2명의 합격이 취소됐다. 이들은 시험에 관한 증명서류에 거짓 사실을 적어 시험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D씨 등 2명에 대해 오는 2023년까지 5년간 경찰공무원 시험 응시를 제한했다.

취업난으로 공시생이 증가하고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부정행위자도 늘고 있다. 인사혁신처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국가공무원 시험 부정행위는 2014년 65건에서 2016년 72건, 지난해 79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9월까지 46건의 부정행위가 발생했다.

심지어 물 샐 틈 없는 보안 체계를 갖춰야 할 국가정보원조차 부정행위자한테 ‘뚫리는’ 일이 발생했다. 올해 국정원 7급 공무원 정기 공채시험에서 부정행위가 벌어져 적발된 30대 남성 E씨가 향후 5년간 국가공무원 임용시험 응시자격을 박탈당했다. E씨는 원서 접수 과정에서 영어능력검정시험 토익(TOEIC) 성적에 관한 사항을 허위로 기재해 서류전형과 필기시험까지 통과했다가 뒤늦게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도덕성이 결여된 공직자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크다”며 “부정행위 땐 공무원시험 응시 자체를 불허하는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제상 경희대 교수(행정학)도 “공직자는 도덕적 잣대가 가장 엄격하게 적용돼야 하는 직업”이라며 “부정행위자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김청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