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12-30 21:49:09
기사수정 2018-12-30 21:51:04
10개월 만에 다시 온 김정은 친서 의미/金 신년사에 같은 내용 담길 듯/與 “적극 환영” 野 “호들갑 안돼”/국정원·통전부 채널 가동됐다면/비핵화 현안 광범위 협의 가능성/전문가 “‘정세 변화 본다’는 건/北·美회담 뒤 오겠다는 취지”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 각하, 평양에서의 우리의 상봉이 어제 일 같은데 벌써 100여일이나 지나 지금은 잊을 수 없는 2018년도 다 저물어가는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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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행보 나선 김정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열린 제4차 전국농업부문열성자회의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대회 참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는 김 위원장.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친서 외교로 한반도 대화 정국을 다시 시동 걸었다. 김 위원장의 청와대 친서 전달은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정상 간 친서 내용은 비공개가 관례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주요 취지만 공개한 친서에는 김 위원장의 올해 성과에 대한 평가, 문 대통령 초청에 응하지 못한 아쉬움, 내년 남북·북미 관계 개선 의지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즉각 소셜미디어로 이를 반겼다. 문 대통령의 8줄 메시지 앞부분은 “새해를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편지를 보내왔다”며 국민에게, 뒷부분은 “가족들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며, 새해에 다시 만나길 기원한다”고 김 위원장에게 할애됐다. 남북 정상이 공개 메시지 교환을 통해 지난 9월 3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석 달 만에 정상외교를 재개한 셈이다.
청와대에 김 위원장 친서가 다시 전해진 것은 10개월 만이다. 지난 2월에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하는 친서를 전달, 올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이번 친서는 그 시점이 중요하다. 한반도 정국은 김 위원장 첫 친서 이후 3차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역사적 첫 북·미 정상회담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다 비핵화 실무 협상에서 난관을 만나 멈춰 선 상태다. 그 결과 서울 연내 답방까지 무산되자 김 위원장이 일단 이를 매듭짓고 연말 인사도 겸하는 친서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내년에도 문 대통령을 자주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함께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는 내년 한반도 정국의 풍향계가 될 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 담길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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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친서 표지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 청와대는 이날 표지와 일부 내용만 공개했다. 청와대 제공 |
다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격언처럼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북·미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김 위원장 친서가 교착 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을 풀 열쇠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친서 외교가 꼬인 비핵화 협상 실타래를 풀 첫 단계가 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우선 이번 친서 전달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직접 만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만약 국정원-통일전선부 채널이 가동됐다면 서 원장과 김 통전부장이 친서만 주고받은 게 아니라 남북, 비핵화 현안을 광범위하게 협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이번 김 위원장 친서는 새해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한 문 대통령 친서 전달에 이어 김 위원장 답방 확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는 답방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답방시기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세 변화를 본다’는 건 북·미 대화를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후 오겠다는 취지”라고 풀이했다.
김 위원장 친서 전달에 여당은 “적극 환영”,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호들갑 안 돼”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성준·김예진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