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장 개방' 놓고 법률구조공단 변호사·일반직군 갈등

‘민변’ 출신 조상희 이사장 취임 후 / 구조정책·재정운영 부서 통·폐합 / 신입 변호사 계약직 채용 등 추진 / 노조 “변호사법 위반에 고용 불안”/ 공단 “신규채용 확대 위해 불가피”/ 협상 결렬… 중노위에 조정 신청
“고용 안정성이 떨어져 내실 있는 법률구조가 불가능해진다.” “신규 변호사들을 비정규직으로라도 많이 채용해야 한다.”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소속 변호사 노동조합과 사측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공단 소속 변호사 88명으로 구성된 노조는 이르면 오는 14일쯤 찬반투표를 해서 찬성 의견이 많으면 사상 초유의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6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조상희 현 이사장 취임 이후 변호사들과 500여명의 일반직군 직원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발단은 사측이 변호사 아닌 일반 직원도 법률구조 담당 부서장에 보임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신규 변호사를 정규직 아닌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부터다.

그동안 공단은 변호사가 부서장을 맡는 구조정책 부서와 일반 직원도 부서장을 맡을 수 있는 재정운영 부서가 나뉘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둘의 통합을 추진하며 일반 직원이 부서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조국을 신설해 산하 구조2부 부서장을 일반 직원한테 개방할 예정이다. 공단 소속 변호사들은 “구조정책은 법률상담을 의미하는데 일반직이 법률상담 부서장을 맡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공단 측은 “구조정책은 기획 업무와도 연관돼 반드시 변호사가 맡을 필요는 없다”고 맞선다.

여기에 공단은 지난해 전국 18개 지부의 지소장 등을 일반직에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공단 규정상 지소장 등은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만 할 수 있다. 법무부도 지난해 공단에 공문을 보내 “일반 직원이 지소장 등을 맡는 건 법률구조법이나 변호사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단 변호사들은 사측이 추진하는 신규 변호사들의 비정규직 채용 방침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신규로 채용하는 변호사들은 5년 임기제 변호사로 채용하겠다는 것인데 변호사 노조는 “비정규직 변호사가 사명을 갖고 일하겠느냐”며 “법률구조 업무의 안정적 수행이 어려워질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더 많은 새로운 젊은 변호사들의 신규채용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반박한다.

이처럼 내홍이 심화하면서 공단 운영은 파행을 빚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소속 변호사 중 4명이 퇴사했다. 같은 기간 공단 산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도 심사관(변호사) 12명 중 절반이 넘는 7명이 그만뒀다.

공단 변호사 노조는 지난해 9월부터 단체교섭 등을 통해 사측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최근 결렬을 선언했다. 현재 변호사 88명 명의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변호사 노조 최봉창 위원장은 “노동위 조정도 결렬되면 이달 셋째주쯤 투표를 거쳐 파업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도 공단을 견제하고 나섰다. 공단 몸집이 커지면서 구조 대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다른 변호사들 ‘일감’을 잠식한다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 심지어 공단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현재 공단은 중위소득 125%(4인 가구 기준 월소득 564만9000원)까지 무료 법률구조를 받을 수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 개원 후 변호사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무료 법률구조 대상을 계속 확대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