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5·18 당시 광주서 ′진압방식′ 논의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현지에 내려와 진압방식을 논의한 기록이 38년만에 발견됐다.

5·18기록관은 ‘인간 전두환-황강에서 북악까지’(1981년 1월 발간)의 집필자인 소설가 천금성(2016년 작고)씨가 1988년 1월 펴낸 ‘10·26 12·12 광주사태’ 후편 220~221쪽에 이같은 내용이 나왔다고 3일 밝혔다.

전 전대통령은 당시 국군보안사령관 겸 중앙정보부장 서리 신분으로 5·18 기간 중 광주 현지에 내려와 소준열(소장·육사10기) 전투병과교육사령관 겸 전남북계엄분소장과 정호용 특전사령관(소장·육사11기) 등 3명이서 ‘광주사태’ 진압방식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전 전대통령이 당시 광주 현지 방문과 관련해 1995~97년 검찰수사 및 법정에서의 계엄군 쪽 관련자들의 몇몇 진술이나 목격담 외에는 기록 등 물증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기록물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씨는 이 책 앞쪽 표지에서 ‘당시 관련자 연인원 200명 이상을 만나 정리한 실록 다큐멘터리-왜 이 기록은 그 후 8년 가까이나 발간이 유보되어야 했던가-이 기록이 후일 이 나라의 현대사를 평가하는 중요한 단서 가운데 중요한 단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온 대화 내용을 보면 대충 이렇다.

육군 전투병과교육사령관으로 소준열 소장이 새로이 부임했다. 소 소장은 육군행정학교 교장으로 있었다. 소준열 사령관은 정호용 (특전)사령관과 머리를 맞댔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큰일 나겠소. 하루라도 빨리 평정을 시켜야겠소”하고 소준열 사령관이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며 정호용 사령관도 동의했다.

그러나 현지로 내려온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그는 “절대로 군사작전을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계엄군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작전을 하면 대단한 희생이 따를 것입니다. 좀 더 참고 기다려 봅시다”고 말렸다.

전 전대통령 관련 단락 가운데 ‘현지로 내려온’이라는 대목의 ‘현지’는 그 당시 상황으로 미뤄보아 ‘광주’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보안사령부가 서울에 있었으므로 보안사령관인 전 전대통령이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온’이라는 표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 전대통령은 언제 광주에 내려왔을까. 황영시(중장) 육군참모차장이 소준열에게 전투병과교육사령관으로 내정된 사실을 통보하면서 광주사태가 수습되면 중장으로 진급시켜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5월20일 오후 6시쯤이다. 5월21일 오후 4시30분쯤 소준열을 미리 전투병과교육사령부로 보낸 뒤 5월22일 오전 10시 전투병과교육사령관으로 취임하도록 했으니, 광주 현지에서 전두환·소준열·정호용 3인회동이 이뤄진 건 5월20일 밤에서 5월22일 사이로 추정된다는 게 나의갑 5·18기록관장의 설명이다.

이들의 회동 장소는 전투병과교육사령부이거나 광주비행장 등으로 보고 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