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덮친 페미니즘 광풍… 남·녀 갈등만 키웠다 [페미 논란]

①성전(性戰)의 방아쇠 당긴 ‘영영 페미니스트’들

 

‘하나의 유령이 한국 사회를 떠돌고 있다, 페미니즘이라는 유령이.’

지난 한 해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인 페미니즘을 그 유명한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첫 문장에 빗댄 표현이다. 2018년 초부터 1년 내내 이어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와 ‘여성’이란 단일 의제 집회로는 최대 규모를 기록한 ‘혜화역 시위’, 남성 혐오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세간을 떠들석하게 한 ‘이수역 사건’ 등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페미니즘은 문자 그대로 여성의 권리 신장과 성 차별 철폐, 기회의 평등을 기치로 내건 사회 운동·이론이다. 그러나 한국의 페미니즘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극심한 사회 갈등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성 혐오는 있지만 남성 혐오는 없다’는 자신들만의 논리로 남성 혐오 표현을 남발하고, 때로는 과도한 참여 독려와 독선으로 여성들 간 갈등을 빚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8월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의 모습. 뉴시스
◆‘메갈리아’ 탄생 이후 10·20대가 주축

이 같은 갈등 유발의 주체로 ‘영 페미니스트’(젊은 페미니스트)보다 더 어린 10·20대 ‘영영 페미’가 지목된다. 온라인을 주 무대로 활동해 ‘넷 페미’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2015년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탄생과 함께 등장했다. 이후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지난해 ‘혜화역 시위’ 등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일부이지만 여기에 동참하는 30·40대도 있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워마드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 ‘탈(脫)코르셋’ 등이 영영 페미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여론 형성에 적극적이고, 조금이라도 차별이나 불평등이라고 느껴지면 떼로 몰려가 목소리를 낸다. 영영 페미들 사이에선 페미니즘 문구가 담긴 가방, 의류, 휴대전화 케이스 등 이른바 ‘페미 굿즈’도 인기다.

여성단체 등 기성 페미니스트들은 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맞닥뜨린 여성 혐오 때문에 페미니즘에 빠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페미니즘이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지금의 10·20대 여성들이 무슨 혐오나 차별을 경험했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반박론자들은 “영영 페미들이 성별과 상관 없는 문제까지 모두 ‘여자라서 겪는 문제’로 받아들인다”고 꼬집는다.

◆“싸움 날라”… 금기어가 된 페미니즘

4일 포털사이트와 SNS,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페미니즘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의 경우 사건·사고 등 사회 분야 기사들은 물론 아무 관련 없는 정치·경제·문화 기사에서까지 ‘댓글 전쟁’이 한창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한 날선 비판과 조롱, 욕설 등이 난무한다. SNS나 커뮤니티들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장이나 대학가 등 오프라인 공간 곳곳에서는 페미니즘 언급 자체를 꺼리는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신모(21·여)씨는 “언젠가부터 남자애들과 함께 있을 때뿐만 아니라 여자애들끼리만 모인 자리에서도 다들 페미니즘 관련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있다”며 “괜한 싸움이라도 날까 봐 걱정이 돼서 그런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영영 페미들이 이러한 행태가 페미니즘 진영에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일부 페미니스트의 극단주의적인 성향이 사회 공동체 전체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여성들의 입장만 무리하게 강조하거나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전부 적으로 돌리면 자연히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