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1-04 21:44:53
기사수정 2019-01-04 21:44:53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노·사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 4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위한 정부 초안을 다음주 발표하고 이달 내로 정부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구상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구간설정위원회는 전문가로만 구성하고 결정위원회는 주요 노사단체 외에도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포함하도록 법률에 명문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고용노동부에서 다음 주 초안 발표를 검토 중이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는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활동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검토됐던 사안이다. TF는 최저임금 결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지만 일단 현행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양대 노총은 반발하고 나섰다. 전문가 집단이 최저임금 구간을 못박으면서 사실상 노사 양측의 협상을 제한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당사자인 노동자의 의견을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최저임금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위 전문가들이 미리 구간을 설정하는 것은 노사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훼손하는 것이며 노사공은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결정기준에 대한 최저임금내 논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제, 고용상황을 고려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기준이 적용되고 노동계의 ‘가구생계비 반영’ 요구는 배제될 경우 기업의 탐욕이 최저임금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노동과 밀접한 제도 개정을추진하면서 당사자와 충분한 합의도 없이 ‘답정너‘식 정책추진을 하고 있다”며 “이는 대화상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대단히 오만하고 불손한 태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2000년에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최저임금협약은 노사대표가 최저임금제 및 최저임금결정에 참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홍 부총리가 일방 발표한 개편안은 ILO권고보다 훨씬 후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최저임금위원회 협상과정에서 노사 양측이 의견 대립으로 파행을 거듭하며 공익위원 안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잦았던 만큼 극단적 대립을 막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한다는 것이 이번 발표한 정부 방안의 취지다. 그러나 홍 부총리가 앞서 여러 번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강조한 만큼 객관성과 공정성이 얼마나 담보될 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구간설정위원회도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정할 때 경제적 상황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경기와 고용 사정이 좋지 않은 만큼 최저임금 인상 구간도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양대노총은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한노총과 민노총은 오는 9일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워크숍을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