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1-06 20:22:33
기사수정 2019-01-06 21:36:32
디마이오 “여성·아이 입국 시킬 것” / 살비니 “누구도 못받아 들이겠다” / 난민선 2척 하선지 못찾아 표류
지난달부터 지중해 공해상에 떠돌고 있는 난민을 놓고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분열하고 있다. 집권당은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연정 파트너인 극우 정당이 “이탈리아는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집권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마이오(32)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5일(현지시간) 비정부기구(NGO) 구조선에 타고 있는 난민 51명이 몰타에 내리면 이들 가운데 여성과 아이들에 한해 이탈리아에 입국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몰타 인근 지중해에서는 지난달 22일부터 난민 32명을 태운 ‘시 워치3’와 지난달 29일부터 난민 19명을 태운 ‘시 아이’가 하선지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하지만 연정 파트너인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45)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디마이오 부총리의 의견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난민단속을 강화하고, 난민에 대한 거주허가 발급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새로운 반이민법을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 법안은 의회의 투표를 거쳐 대통령이 공표한 것”이라며 “정당한 과정을 거쳐 제정된 법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지방자치단체는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디마이오 부총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난민들의 주요 상륙지점인 시칠리아 섬 팔레르모를 비롯해 나폴리, 피렌체, 밀라노, 바리 등은 반이민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 법안의 부당함을 가리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
이탈리아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가 난민선에서 가장 가까운 몰타 또한 입항을 거부하고 있어, 두 난민선의 표류는 기약 없이 연장될 전망이다. 난민선을 지원한 독일 NGO ‘시 워치’의 루벤 노이게바우어 대변인은 “입항할 수 있는 나라가 지척에 있지만, 유럽연합(EU)은 2주 동안 난민들의 목숨을 인질로 잡고 있다”며 일부 난민의 건강이 악화하고 상당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