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1-08 07:00:00
기사수정 2019-01-07 21:33:57
[이슈톡톡] 초고령화 사회…치매환자 노인 10명당 1명꼴 / 보건복지부, 치매안심센터 대폭 확충 / 임상심리사 구인난 여전
“치매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문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초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서울요양원에서 가진 ‘치매가족 간담회’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석 달 뒤 보건복지부가 치매국가책임제 로드맵을 발표한 자리에서 영상편지를 통해 “그동안 치매로 인한 고통과 부담을 개인과 가족들이 전부 떠안아야 했기 때문에 많은 가정이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중앙치매센터(센터장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6년 치매 역학조사’ 결과에서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노인 인구 100만명당 치매환자 수)을 10.15%로 발표했다. 노인 10명당 1명이 치매에 걸린 셈이다. 문 대통령이 치매안심사회 구상을 밝힌 지 1년6개월, 치매국가책임제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치매안심센터 속속 개소…환자 등록율 빠르게 증가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7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까지는 치매안심센터 등 관련 인프라를 갖추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치매 예방과 독거노인 등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집중 관리를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치매안심센터는 전국 시·군·구 256개 보건소에 설치돼 치매 예방, 돌봄, 치료, 환자 가족 지원 등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하는 정부 치매관리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실제 치매국가책임제 발표 이후 센터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국 256개소 가운데 지난해 8월 말 기준 인력과 기능을 온전히 갖춘 센터가 58개소에 불과했다면, 3개월 뒤인 지난해 11월에는 180여개소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올해 상반기 내로는 256개소 대부분이 완전한 기능을 갖춘 센터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그 외 신규로 증축하는 치매안심센터 또한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치매안심센터에 대한 이용자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는 치매안심센터가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 88.7점을 받아, 타 복지 기관의 평균(81.3점)을 상회한다고 밝혔다. 치매안심센터가 제공하는 진단검사(88.4점) 및 선별검사(87.5점), 치매환자들이 이용하는 치매쉼터(90.7점), 예방교실(92.1점) 등의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환자에 대한 국가 차원 관리의 지표가 되는 치매환자 등록·관리율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치매환자 등록·관리율은 4.6%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1월말 기준 44.6%까지 상승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여전히 등록·관리율이 낮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지난해까지 인프라를 구축했으니 올해부터는 도시·농어촌 지역 여건에 따라 치매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운영의 폭이 커졌다”며 “특히 농촌의 경우 ‘찾아가는 서비스’를 대폭 강화해 경로당·노인복지시설 등을 방문, 선별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인력 부족 여전…예산 대폭 증액
치매국가책임제가 대체로 순항하고 있지만 전문인력 부족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꼽힌다. 치매안심센터에 고용된 임상심리사의 경우 지난해 6월말 기준 39명이었지만 11월 기준 52명으로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임상심리사는 치매 조기 검진 및 신경심리검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핵심 인력이다. 치매안심센터에 임상심리사가 없어 간호사가 검사를 대신 진행하거나 검진을 위해 인근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임상심리사 구인난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시장 공급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센터가 아닌 일반 병원에서도 임상심리사를 구하기 힘들어 간호사가 대신 검진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인력 수요 충족을 위해 먼저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임상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며 “치매 임상심리사의 경우 앞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차근차근 길러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인력 양성 전망은 밝은 편이다. 치매안심센터 서비스 확대·강화 계획에 따라 센터 운영 예산이 올해 1052억 증액된 2087억원으로 확정돼서다. 센터 종사자의 효율적 업무수행 지원을 위한 전산 시스템 개선 예산도 17억4000만원이 별도로 책정돼 전문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 양성일 인구정책실장은 이와 관련 “다양한 욕구를 반영한 서비스 다각화로 치매로 인한 사회적 부담이 경감되어 국민의 정책 체감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