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성' 알맹이 빠져…최저임금 30년 논쟁 해소 미지수 [뉴스+]

정부 초안 문제점 뭔가 / 결정위 참여 다원화 대체로 긍정적 / 전문가 9명 선정 싸고 갈등 불가피 / “정부, 갈등 해소보다 ‘피하기’ 급급” / “노사 대화… 사회적 타협이 우선돼야” 정부가 7일 최저임금의 결정구조 개편안 초안을 발표했지만 본질인 ‘최저임금 수준의 적정성’ 문제는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은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느 정도의 인상 수준이 적정한가에 대한 사회적 타협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은 27명(노사공 대표 각 9명)의 위원 체제로 운영되던 기존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노사 모두 구간설정위에 전문가가 참여하는 구조와 결정위의 참여가 다원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바람직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전문가 선정 기준과 각종 경제상황에 대한 고려 부분을 정부 입장에서 아무리 객관화한다 하더라도 구간 자체에 대한 논란은 해소되기 어렵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정부가 이원화가 마치 새로운 이야기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과거 최저임금위에서도 공익위원이 인상구간을 제시하는 방식은 이미 사용된 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걸며 나름의 선을 제시했다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이 1만원 또한 경제 여건과 근로자의 생활수준 변화 등의 변수에 따라 얼마든지 체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이라 볼 수 없다. 최저임금이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중위소득 및 소득분위, 평균임금 등 기존의 여러 임금체계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대한 개념도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지현 한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에서 최저임금은 하나의 수단이고 전체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일자리 대책 등 종합적인 정책이 추진돼야 했다”며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단순히 최저선만 올리고 어려운 사람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친 면이 있다”고 밝혔다.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최저임금을 결정한 32회의 표결에서 노사공 합의에 의해 결정된 경우는 7회에 불과했고, 표결한 25회 중에서도 노사가 모두 참석한 경우는 8회에 그쳤다.

결국 이번에도 이러한 해묵은 논쟁을 해소하기보다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비난을 벗어나는 데 급급하다는 평이다. 나 위원장은 “과거 사회적대화 진행 과정에서도 정부의 심판 및 조력자 역할이 중요했는데 이번 개편안의 내용은 정부가 그러한 역할을 방기한 채 노사와 전문가를 다 끌어들이기만 하고 알아서 하라는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7년 구성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등 각종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광범위하게 수용했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한 노동계 반응은 다르다. 김세진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은 “문재인정부가 사회적대화를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까지 출범시킨 마당에 별도로 위원회를 계속 만드는 것은 사회적대화의 정신을 훼손하는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최저임금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과 노동정책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제도 운영의 변화를 꾀한다면 노사 간 사회적대화를 바람직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영·남혜정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