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협의 “韓정부 응하지 않을 것”…日 “인내 한계·ICJ 제소”

[이슈톡톡] 신일철주금 자산압류 둘러싼 일본 반응 한국 대법원의 신일철주금 자산압류 판결에 이어 압류신청 효력이 발생하자 일본 정부는 그간 주장해온 입장을 바꿔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협의하자고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문제”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돌연 입장을 바꿔 정부 간 협의를 제안했다.

9일 오후 총리 관저에서 관계 각료회의를 마치고 인터뷰하는 이시이 국교상.
사진=산케이비즈 캡처
일본은 1965년 청구권 협정 제3조 1항에 있는 ‘협정의 해석이나 실시에 관한 분쟁은 먼저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한다’는 내용에 따라 협의를 요청했다.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9일 한국 법원이 징용 재판 피고인인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 압류 신청을 받아들인 것과 관련 즉시 유감을 표하며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불러 협의를 요청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한국이 구체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며 “원고 측에 의한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압류는 지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고노 다로(河野 太郞) 일본 외무상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협의에 응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문제 해결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알렸다.

고노 외무상은 “압류 통보가 도착했기 때문에 협의를 요청한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조기에 대응책을 시행하고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확실히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日 외무성 “인내 한계 달했다”

일본 관방장관과 외무상은 한일 정부 간 합의를 요청하며 문제 해결 의사를 보인 것과 반대로 일본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일본회사(신일본주금)의 자산 압류를 결정했다’며 “인내에 한계에 달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은 보도했다.

일 외무성 관계자가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한 건 ‘한일 청구권 문제를 위반해 한국 정부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는다’는 일본 측 주장을 뜻하는 말이다.

신문은 이례적으로 신속한 일본 정부의 이번 반응은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연내 기자회견을 앞두고, 문 대통령에게 한일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심각한 사안임을 이해시키려는 목적”이라고 풀이했다.

해외 순방을 떠난 아베 총리가 직접 각료회의를 지시하며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日 언론 “韓정부 응하지 않을 것”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한국 정부가 일본 측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하며 “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는 협정을 근거로 중재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단행할 태세라고 보도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ICJ 제소를 검토하며 이와 동시에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를 대비해 관계 부처와 대응책을 마련한다고 덧붙였다.

◆日 관계부처 대응은?

이번 대응은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순방길에 오른 아베 총리는 스가 관방장관에게 강경 대응을 주문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관방장관은 한국 정부에 협의를 요청하기 전 관계 각료 회의를 총리관저에서 진행하며 “관계 부처가 협력해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이 회의에는 일본 국토교통상, 농림수산 장관 등이 참석했다. 각 부처 장관은 “국제법에 따라 대책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문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각 부처 장관의 대응 조치로 △한국 제품에 관세 인상 △일본 입국 한국인의 비자 부활 △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대사의 일시 귀국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