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치레 했지만… '필승카드' 더 절실해진 벤투號

아시안컵 16강 진출 확정 / 키르기스스탄 밀집수비로 진땀빼 / 김민재 결승골… 가까스로 1-0 이겨 / 中에 골득실 뒤져 조2위에 머물러 / 16일 중국과 3차전 반드시 이겨야 / 벤투 “손흥민 몸상태 보고 출전 판단”  59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제패를 노리는 한국축구는 지난해 5월 대회 조추첨에서 무난한 조에 편성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담스러운 중동팀들을 피하고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 등과 한조로 묶인 덕분이다. 여기에 조 1위를 할 경우 토너먼트에서 이란, 일본, 호주 등 우승후보들과 결승까지 만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조 1위를 일찌감치 확정한 뒤 본선 토너먼트에서 무난한 상대들을 꺾고 올라가 결승에서 우승후보들끼리 전력대결하는 ‘우승 시나리오’가 꽉 짜인 셈이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계에서 이런 이상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한국의 아시안컵 여정도 그렇다. 대회 초반 예상외로 공격이 터지지 않으며 시나리오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아랍에미리트 알아인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김민재(23·전북)의 결승골로 키르기스스탄에 1-0으로 가까스로 승리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김민재(가운데)가 12일 아랍에미리트 알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키르기스스탄과의 2019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결승 헤딩골을 득점하고 있다.
알아인=뉴시스

대표팀은 지난 7일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답답한 공격 끝에 황의조(27·감바 오사카)의 결승골로 1-0 신승을 거둔 바 있다. 이날의 흐름도 비슷했다. 피파랭킹 91위로 한국(53위)에 비해 객관적 전력에서 크게 뒤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키르기스스탄은 다섯명의 수비, 네명의 미드필더 등 최전방을 제외한 9명의 필드플레이어가 수비에 총동원된 5-4-1 전형으로 나섰고, 대표팀은 이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 내내 고생했다.

71%에 달하는 점유율에 유효슈팅 7개를 기록했고, 그중 3번이나 골대를 맞췄음에도 기대했던 필드플레이에서는 시원스러운 골이 나오지 않았다. 전반 41분 수비수 김민재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딩으로 골을 성공시켰을 뿐이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조별리그 2승으로 승점 6을 확보하며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다만, 여전히 C조 순위에서는 2위에 머물러 있다. 중국이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각각 2-1, 3-0 승리를 거두며 골득실 +4로 +2인 한국에 앞서 있는 탓이다. 일찌감치 조별리그에서 1위를 확정하고 3차전에 나서려던 대표팀의 전략에는 차질이 생겼다. 한국이 C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려면 16일 중국과의 조별리그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

이 경기에서 패하는 것은 물론 비기기만 해도 한국은 조 2위로 떨어져 8강에서 D조 1위와 맞상대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D조는 이란과 이라크가 조 1위를 놓고 경합을 벌이는 중이다. 이란은 한국과 함께 이번 대회 우승후보 1순위이고 이라크도 신성 모하나드 알리(19·알 슈르타)를 중심으로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다. 둘 중 어떤 팀이 올라와도 부담스러운 상대다.

이에 따라 에이스 손흥민(27·토트넘)의 출전 여부에 관심도 커졌다. 손흥민은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마친 뒤 대표팀에 곧바로 아랍에미리트로 날아와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애초 체력 부담을 고려해 중국전은 뛰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벤투 감독도 “손흥민이 도착하고 나면 몸 상태를 체크해 중국전에 나설 수 있을지 판단하겠다”며 컨디션 조절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중국전이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경기가 된 이상 교체멤버로라도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