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1-15 06:15:00
기사수정 2019-01-15 08:14:35
[이슈톡톡] 민주당 표정관리, 한국당 복잡· '탄핵'프레임 변수이자 기회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 정치인으로 변신한다. 정치권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정치인 황교안' 출현 후 손익계산서 작성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는 '황교안'이란 이름 석자의 파괴력이 단순히 전직 총리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손익계산서는 어떨까.
◆ 친박, 잔류파, 비박, 복당파 반응 제각각…색깔 밝혀라· 이미 한쪽 색깔
오래전부터 친박근혜계 중심의 한국당내 잔류파가 황 전 총리를 옹립하려한다는 말이 나돌았다. 복당파(비박근혜계)도 황 전 총리를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데 토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황 전 총리가 막상 한국당 입당을 구체화하자 다른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당내 잔류파 목소리를 대변해 온 홍문종 의원은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이분이 우리 편인가 저기 편인가 이렇게 (친박계든 비박계든) 많은 분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며 친박계가 황 전 총리를 중심으로 모일 것이라는 외부 추측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친박은) '탄핵 때 뭐 했냐', '결국 탄핵에 동조한 사람이 아니냐', '대통령한테 제일 모질게 한 사람이 아니냐'고, 오세훈 전 시장이나 (비박계는) '보수 중에서도 아주 울트라 보수 아니냐' 고 이야기 할수 있다"면서 황 전 총리가 색깔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훈수했다.
당권 도전자 중 한명으로 강력한 경쟁자를 맞게 된 정우택 의원은 지난 12일 "많은 검증 과정에서 혹시 부정적인 입장이 더 많이 나왔을 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황 전 총리의 당권 도전을 경계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복당파의 지원사격을 기대하는 오세훈 한국당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장도 최근 "총선과 대선을 위해 통합의 리더십,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며 황 전 총리에겐 특정계파색(친박)이 강하다고 에둘러 깎아내렸다.
대구·경북 비박계를 대표하는 주호영 의원 역시 "다시 계파의 망령이 살아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 같다"며 황 전 총리와 거리를 뒀다.
잔류파 중 중립계로 알려진 심재철 의원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은 "황 전 총리(입당)는 이른바 친박 등 결집 효과는 있을 것이지만 계파 갈등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 역시 커진다"고 우려했다.
◆ 민주당 "친박 황교안 출전은 우리로선 좋은 일", 바른미래는 경계
더불어민주당 측은 황 전 총리 움직임에 당 차원에서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은 '손님 실수하는 것'이라며 표정관리를 했다.
우원식 의원은 14일 TBS 라디오에 나와 "(민주당으로선)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 이유로 "한국당, 보수 진영이 변화되었다고 호소하면 저희가 힘들어지는데 친박색이 강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활이나 명예 회복을 상징하는 그런 대권 후보가…(나오면), 보수 진영은 결집하겠지만 중도 진영이 넘어가기 어렵기에 저희로서는 내심 반가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홍문종 의원 등 친박이 '황 전 총리 색깔이 분명치 않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우 의원은 친박계가 황 전 총리 보호를 위해 페인팅(속임수)을 쓴 것으로 해석했다.
바른미래당은 정당 중 유일하게 당 차원의 논평까지 내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종철 대변인은 황교안 전 총리가 정치 활동을 시작하려면 “(먼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자기 반성을 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대해서도 분명한 수용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 정치분석가, '국정농단 책임' '탄핵' 프레임이 황교안 걸림돌이자 디딤돌
정치분석가들은 황 전 총리가 오는 2월 한국당 전당대회에 나서는 것에 대해 '위험한 도박'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류가 우세했다.
즉 '국정농단', '탄핵'프레임이 필연적으로 따라다닐 것이며 결국 상처만 입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프레임을 극복한다면 황 전 총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14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황 전 총리에게 국정농단, 탄핵과 관련해 "분명히 말하라"는 주문이 쏟아지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탄핵 프레임'이 자연스럽게 형성 돼 "2020년 총선이 자칫하면 야당에 대한 심판의 장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종욱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는 이날 YTN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정계입문 자체가 탄핵이라는 프레임에 걸려서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핵정국 총리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당선되면 한국당이 탄핵 총리를 수용한 게 되고, 그렇지 않다면 한국당이 탄핵 총리를 반대한 것이 돼 계파싸움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치평론가 최순애씨는 같은 날 BBS 불교방송에 출연해 "(당권도전은) 친박 프레임 즉 탄핵 프레임에 갇히게 되고 국정 2인자로서의 어떤 그 책임을 져야 하고 한국당도 과거 세력으로 자꾸 몰리게 된다"고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정치평론가 이종근 씨는 14일 YTN라디오에 나와 "(황 전 총리에게) 이것이 기회라고 본다"며 "거기에 대해서 말할 준비와 해명할 자세가 되었기 때문에 입당한 것이고, 이번이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기회다"고 대선까지 가려면 어차피 부딪칠 일, 제거하고 넘어가는 것이 낫다고 했다.
최순애씨도 "황 전 총리가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이냐, 퍼포먼스라도 반성하고 보수대통합의 길을 가려고 하는구나라는 신뢰를 주느냐, 주변에 어떤 인물을 세울 것이냐에 따라 중도 확장성 여부가 판단된다"며 이렇게 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것이라고 점쳤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