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태고의 인간 원형을 지키는 사람들

안다만군도 노스센티넬 섬 거주 원주민 / 문명 등지고 고유의 삶 유지… 권리 존중을

21세기 지구의 운명 공동체를 인식하며 대륙을 넘나드는 교류가 활발한 이 시대에도 여전히 나체로 태고(太古)의 모습과 생활습관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인도양 벵골만에 있는 안다만군도의 노스센티넬(North Sentinel)이라는 섬에 사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이들은 지구의 마지막 원시인 집단일지도 모른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와 같은 인류학자는 인간의 다양한 교류가 문명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그는 ‘총, 균, 쇠’로 대표되는 문명의 핵심 요소들이 아시아와 유럽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무기를 서로 주고받으며 개선했고 철로 대표되는 기술을 공유했으며 세균의 교환으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 사회가 발전했다는 이론이다.

 

반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호주 등은 이런 외부와의 교류가 부족하거나 전무했기 때문에 문명의 발전이 어려웠다. 15세기부터 유럽인은 이들 대륙에 본격 진출해 세균의 전파로 주민의 대규모 학살을 초래했다. 또 살아남은 사람들은 총과 쇠로 짓눌러 죽이거나 노예화했다. 이런 인류 역사에 비춰 노스센티넬의 사람들이 여전히 태고의 모습을 간직하며 생존한 것은 기적이다.

 

안다만군도는 인도가 주권을 행사하는 지역이지만 지리적으로는 미얀마에 더 가깝다. 영국의 식민시기 이후 이 군도의 다른 모든 섬은 이미 문명의 세계와 접촉을 통해 불행한 운명을 맞았다. 원주민들은 질병으로 쓰러져 나갔고, 남은 사람들은 동물원의 짐승처럼 관광객의 구경거리로 전락했다. 안다만의 다른 섬에서는 문명의 관광객이 반라(半裸)의 주민을 구경하며 먹거리를 던져주고 춤을 춰 보라고 소리치곤 한다.

 

이런 이웃의 현실을 마치 알기라도 하는 듯 문명의 영역으로부터 불과 50㎞ 떨어진 노스센티넬 사람들은 외부인이 다가오면 가차 없이 공격해 살해해 버린다. 새천년 들어 2006년에는 어부 두 명이 술에 취해 실수로 섬에 들어갔다가 공격받아 살해당했다. 또 최근 2018년 11월에는 미국인 선교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섬에 진입했다가 죽음을 맞았다.

 

인도 정부는 1956년부터 이 섬을 특수 지역으로 정해 사람들의 진입을 금지하며 고립을 지킬 수 있도록 해군이 섬을 보호하고 있다. 또 노스센티넬 원주민은 외부인을 살해하더라도 형법상 처벌에서 제외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나마 인도가 민주주의 국가로 원주민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보호해 이들의 생존이 가능했던 셈이다.

 

전 세계에는 문명과의 접촉을 거부하며 살아가는 부족들이 아직은 1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대개 남아메리카 아마존 유역의 정글이나 뉴기니의 산악지역에 고립돼 거주하는 부족들이다. 노스센티넬의 특징은 섬이기 때문에 확연하게 그들의 주거 지역을 세계가 확인하고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을 등지고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유지하고 싶은 이들 부족의 권리는 존중해 줘야 하지 않을까.

 

노스센티넬 사람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부르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보초’라는 뜻의 센티넬은 무척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의 단계는 넘어섰지만 아직 문명으로까지는 발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원형(原形)을 지키는 보초의 의미로 말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