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1-15 15:21:06
기사수정 2019-01-15 23:09:39
동물사랑실천협회 전 직원들, 본지 통화서 증언 / “‘졸레틸’ 등 없이 염화마그네슘 희석액 주사해 / 개들 고통스러워했다… 사체는 인근에 파묻어” / 박 대표 “마취 안한 적 없다”… 기자회견은 연기
수백 마리의 동물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사진) 대표가 과거 유기견들에게 직접 주사를 놔 안락사를 시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 대표가 마취를 하지 않은 채 유기견들의 안락사를 진행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당초 16일로 예정됐던 박 대표의 기자회견은 돌연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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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1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개고기 금지 입법 위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박소연 케어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15일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에서 일한 복수의 전 직원들에 따르면, 박 대표는 케어로 단체 이름을 변경한 2015년 이전에도 꾸준히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자행했다. 동사실에서 약 4년간 일했다는 A(여)씨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협회가 경기 남양주시·구리시의 유기동물 보호관리 위탁사업을 하던 2006년 전후에 박 대표가 직접 안락사시키는 걸 목격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수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의 동물 안락사는 금지돼 있다. 박 대표는 수의사 면허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박 대표 본인이 시간이 안 되면 동사실 직원이 아닌 한 중년 여성이 대신 와서 작업을 했다”며 “두 달마다, 한 번에 적어도 100여마리씩 안락사시킨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박 대표가 ‘내가 하는 안락사는 인도적인 안락사’라고 주장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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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 ‘케어’의 입양소로 사용됐던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외벽에 ‘언제나 동물들의 편으로 남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뉴시스 |
동사실에서 6개월가량 활동했다는 B씨는 “이번에 처음 논란이 일었을 때 박 대표가 해명한 내용처럼 그 때도 보호소에 유기견 개체 수가 많아져서 안락사를 하게 된 것”이라며 “처음에는 수의사를 불러서 (안락사를) 했지만 나중에는 박 대표와 한 일반인 아주머니가 개들을 무더기로 안락사시켰다”고 전했다. 약 7년 동안 동사실에서 일했다는 C(여)씨도 “안락사가 오래 전부터 이뤄졌다”고 했다.
통상 수의사가 진통제 또는 마취제 주사와 본주사 등 2단계 이상을 거쳐 안락사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박 대표가 마취 없이 바로 안락사 약물을 주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B씨는 “원래 안락사를 시킬 때 ‘졸레틸’ 등 동물마취제를 써서 마취를 해야 하는데, 박 대표는 이 과정 없이 염화마그네슘 희석액을 큰 주사기로 개들의 심장에 주입했다”면서 “개들이 굉장히 고통스러워했고, 죽은 줄 알았던 개가 한참 후에 다시 일어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박 대표가 이렇게 안락사시킨 개들의 사체 일부를 경기 포천시 내촌면에 위치한 유기동물 보호소 울타리 근처에 파묻었다고도 증언했다. 직원들의 반발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B씨는 “동사실이 말이 협회지 사실상 박 대표의 사조직이었다”며 “박 대표가 누구와 의논해서 처리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C씨는 “(박 대표가) 당연히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며 허탈해했다.
이들의 증언에 대해 박 대표는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나머지는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박 대표는 이르면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논란에 대한 자료와 자신의 거취 등을 밝히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박 대표는 “시간이 하루 이틀 더 걸릴 수 있다”며 “이번 주 내로 기자회견이나 대담 방식을 통해 사과와 입장표명 등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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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물권단체 ‘케어’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케어는 최근 무분별한 동물 안락사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유기견들에게 고통을 주는 방식의 안락사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표가 직접 주사를 놨던 당시 위탁을 했던 지자체들은 구체적인 안락사 진행과정 등에 대해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안락사란 말 그대로 동물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마취를 해야 한다”며 “지자체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유기동물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케어의 한 전직 간부급 직원은 “박 대표 지시로 2015∼2018년 구조한 동물 최소 230마리를 안락사시켰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케어 직원들은 “우리도 몰랐다”며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케어에는 후원 중단 전화와 이메일이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동물보호단체들은 상습 사기와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박 대표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