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1-16 08:00:00
기사수정 2019-01-16 00:31:24
“민원이 없어서…”
최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음주운전을 한 BJ가 별다른 제재 없이 2달 만에 방송 활동에 복귀해 논란이 된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한 해명이다. 시민들은 이를 두고 방심위가 BJ가 만드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민원이 없어 규제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16일 팝콘TV 시청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방송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 BJ 임모(27)씨가 두 달간 이용정치 처분을 받고 9일 인터넷 방송에 복귀했다. 임씨는 지난해 11월2일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86%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방송했다. 임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술집에서 인근 호텔까지 약 700m를 술에 취해 운전했다. 수천명의 시청자들은 이 모습을 고스란히 눈에 담았다.
임씨는 방송 복귀 후에도 현금화가 가능한 디지털 화폐인 팝콘을 받는 등 경찰에 입건되기 전과 같이 방송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청자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A씨는 ‘팬 가입’을 한 시청자들만 채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는 임씨의 복귀 논란을 두고 “해당 BJ에 대해 민원이 제기되지 않아 따로 징계 처리하지 않았다”며 “팝콘TV 측에서 자체 이용약관에 따라 처분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인터넷 방송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주범으로 인터넷 방송 사업자들이 법적으로 ‘방송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된다는 점이 꼽힌다. 팝콘TV 등의 인터넷 방송은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만약 방송법의 적용을 받으면 동법 32조, 86조 등에 따라 선정성과 폭력성, 혐오성 표현물을 생산해서는 안 되고 언어순화 등의 원칙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부가통신사업자의 적용을 받는 인터넷 방송 사업자들은 청소년보호법이나 형법 등 더 포괄적인 법에 따라 사후 심의를 받는다. 방송을 한 후에야 법을 어긴 것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심위가 모니터링에 나서거나 시청자 신고를 받아 문제가 된 BJ를 제재하도록 인터넷 방송 사업자에게 권고하는 방법뿐이다.
문제는 방심위의 모니터링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방심위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방송 주요 사업자 4곳의 하루 평균 방송 시간은 7만6500시간에 육박한다. 이를 모니터링하는 전담 인력은 불과 10명이다. 1명당 1일 7000여시간의 방송을 봐야 한다는 말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방심위가 ‘민원이 없어서’ 임씨에게 별다른 제재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결국 인터넷 방송 사업자들에 대한 법적 규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인터넷 방송 콘텐츠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방심위가 인력을 충원한들 산업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 자명한 탓이다. 독일은 지난해부터 자극적인 인터넷 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해 혐오발언법을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트위터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은 혐오성 표현이 업로드된 것을 발견하면 하루 안에 삭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엔 약 651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