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하니 괜찮다?'… 당신이 모르는 '페트병'의 진실

[스토리세계] 상술에 활용되는 ‘재활용’ 세계적 식음료 기업들이 ‘페트병을 재활용한다’고 광고하며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사실상 재활용 페트병은 거의 쓰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활용보다 새로 만드는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새끼 물개가 해변에서 페트병 쓰레기를 베고 자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캡처(아마추어 사진 작가 John Evered 촬영)

해외 매체 버즈피드는 최근 페트병이 거의 재활용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이 자사 페트병 제품에 ‘이 병은 재활용 가능하다(This bottle is recyclable)’고 표기하지만, 사실상 해당 제품이 재활용됐을 확률은 10%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 코카콜라는 자사 페트병 제품의 7%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고 버즈피드 측에 밝혔다. 네슬레 북미지사는 6%를 재활용한다고 답했으며, 펩시콜라는 정확한 수치를 알려주길 거부했다. 최근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전세계 주요 6대 식음료 기업을 조사한 결과 코카콜라를 제외한 페트병 재활용 비율은 평균 6.6%에 그쳤다. 페트병 10개 중 1개도 재활용되지 않는 셈이다.

재활용되지 않은 페트병은 대부분 매립되며 극소량은 비교적 가공이 쉬운 합성섬유로 변환된다. 섬유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재활용 합성섬유’는 품질이 낮아 순수 합성섬유를 높은 비율로 섞어야 한다”며 “이걸로 옷, 카펫, 가방 등 패션잡화 등을 만드는데 이마저도 시장 비율은 높지 않다”고 전했다.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페트병들. 게티이미지코리아

재활용 섬유는 다시 재활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플라스틱 전문가 레옹 패러닉(Leon Farahnik)은 “카펫을 분해해 새제품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 페트병을 섬유로 재활용했어도 결국엔 쓰레기가 되어 매립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페트병의 재활용 비율이 매우 낮은 이유는 병을 재활용하기보다 새로 만드는 단가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석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런 현상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발표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일회용 플라스틱병은 세계적으로 분당 100만개가 팔려 나갔다. 페트병은 생물학적으로 분해되는데 약 500년이 걸린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환경전문가들은 식음료 기업들이 규제 없이 대규모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현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에 최근 미국과 유럽 국가 등을 중심으로 플라스틱을 ‘재활용(Recycling)’하기보다 사용을 ‘감소(Reducing)’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정부의 재활용 장려 정책은 실질적 효과가 없으며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로부터 환경을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란 것이다. 소비자가 의식적으로 페트병, 비닐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기업은 제품 제작 시 친환경 제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환경단체들은 “1950년대 이후 생산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60%가 아직 지구에 남아있다”며 “플라스틱 산업은 온실효과의 주범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