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술집이나 식당 등의 실질 매출액이 통계작성이 시작된 후 최소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통계청의 서비스업동향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작년 1∼11월 음식점 및 주점업의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이하 동일)는 97.0(잠정)으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1∼11월 기준 가장 낮았는데요.
소매 판매액지수는 표본조사로 파악한 매출액 총액을 2015년 평균(100)을 기준으로 삼아 환산한 결과입니다. 불변지수는 물가상승의 영향을 제거한 값인데요.
결국 작년 1∼11월 음식점 및 주점업 실질 매출액은 같은 기간 기준 2010년 이후 가장 적었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1∼11월 기준 음식점 및 주점업 소매판매액 지수는 2016년 100.9였는데, 2017년 99.0을 기록한 것에 이어 2년 연속 하락했습니다. 식당이나 술집 등의 영업 실적이 저조한 것에는 외식문화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통계청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판매장이나 편의점 등에서 간편 조리 식품을 사서 소비하는 이들이 늘었다"며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추세 속에서 직장인의 회식도 줄어드는 등 전통적인 외식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갈등의 여파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여행객이 감소한 것도 음식점 및 주점업의 영업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음식점 및 주점업 영업 실적이 악화한 가운데 관련 산업 고용 역시 줄었는데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숙박 및 음식점업의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4만5000명 감소했습니다.
◆식당·술집 매출 '뚝뚝'…외식문화 자체가 변했다
지난해 국민 평균 외식 횟수와 비용이 전년보다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기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식비 지출까지 줄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국 20~69세 성인 3014명을 대상으로 외식 소비 행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음료를 포함한 월평균 외식빈도는 20.8회, 외식 비용은 29만2689원이었습니다.
전년도에는 월평균 21.8회, 30만3854원이었는데 각각 1회, 1만1000원 가량 줄어든 것입니다.
유형별 월평균 외식빈도는 방문 외식이 13.7회, 배달 외식과 포장 외식이 나란히 3.6회였습니다.
전년 방문 외식이 15.1회, 배달 외식이 3.4회, 포장 외식이 3.3회였던 것과 비교하면 배달·포장 외식이 소폭 증가한 반면 방문 외식의 감소 폭이 컸는데요.
방문 외식 시 주로 이용하는 음식점은 한식(59%), 구내식당(7%), 패스트푸드(6%) 순이었습니다.
배달 외식 중에서는 치킨이 52%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중국 음식(22%), 패스트푸드(12%) 순이었는데요.
포장 외식 중에서는 패스트푸드(25%), 한식(19%), 분식류(19%) 순으로 이용 빈도가 높았습니다.
평균 지출 비용은 방문 외식 1만1066원, 배달 외식 1만4709원, 포장 외식 9945원이었는데요.
방문 외식의 주요 메뉴로는 김치찌개, 백반, 된장찌개가 꼽혔습니다. 배달 외식의 경우 치킨, 자장면, 짬뽕, 포장 외식의 경우 햄버거, 김밥, 치킨 등이었습니다.
외식 때 '혼밥'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를 상대로 월평균 '혼밥' 외식빈도를 물은 결과 3.5회로 조사됐습니다.
남성이 4.4회, 여성은 2.5회였고 연령별로는 20대가 월평균 5.1회로 가장 많았는데요.
'혼밥' 외식 때 주로 이용하는 음식점은 한식(49.5%)이 가장 많았고 패스트푸드(45.8%), 김밥·분식류(41.1%), 중식(34%), 치킨(24.9%) 등 순이었습니다.
◆배달·포장 ↑…외식 ↓
국내 외식 시장은 내년부터 쇠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호스피탈리티 경영학부 교수가 최근 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외식사업환경의 변화와 외식업의 생존전략'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대 초부터 내식·외식 모두 감소하는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최 교수에 따르면 외식 시장은 경제·사회 발전에 따라 '성장기-정체기-쇠퇴 감소기' 등 3단계를 거칩니다.
성장기는 외식·내식 시장이 모두 팽창하면서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단계입니다. 7%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최대 2%의 높은 인구증가율이 뒷받침하는 덕인데요.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까지가 이 시기에 해당했습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정체기는 3% 미만 경제성장률과 1%를 밑도는 인구증가율이 특징입니다. 성장이 둔화하면서 외식·내식 시장도 정체된 가운데 가정간편식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데요.
마지막 단계인 쇠퇴 감소기에는 외식·내식 시장이 모두 줄어들지만, 가정간편식만큼은 점유 비율을 더욱 올리며 성장 일로를 걷습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국민소득 3만 달러의 고지를 넘은 다른 국가의 선례를 참고해 소비시장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3만 달러 돌파 당시 여성 경제활동과 1인 가구의 증가를 경험했다"며 "소득의 증가로 건강식이나 가정간편식 등 다양한 요구가 표출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흐름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가정간편식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고섬유·저지방·유기농·로컬푸드 등 건강식 열풍이 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는데요.
최 교수는 "식품 안전, 친환경 재료 사용, 고령층 겨냥 메뉴의 유무 등의 중요성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특히 외식산업이 음식을 서비스하는 전통적인 측면보다는 가정간편식과 배달대행 서비스 발달로 입지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식품을 제조하는 소매업으로서의 특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명 식당 브랜드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정간편식 제품을 내놓고, 맛집으로 소문이 난 가게는 입지와 상관없이 배달대행서비스로 누구나 맛볼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최 교수는 "현재 외식산업은 고밀도·고부채·고연령이라는 '삼중고(三重苦)'에 처한 상황"이라며 "시대 변화에 맞춰 정부도 비용 보전 수준의 정책에서 벗어나 공급을 완화하고 외식사업체의 자생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고밀도·고부채·고연령 '삼중고' 시달리는 외식업계…자생력 높일 대안은?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과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외식수요가 감소하고, 임차료와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지면서 대형 외식업체도 점포 수를 줄여갈 수 밖에 없다며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얼어붙은 외식산업 경기도 당장은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실제 대형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도 최근 핵심 상권 매장까지 줄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외식 수요는 줄어드는데 운영비 부담은 커지면서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매장 수를 줄여가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물론 외식업체들이 빠진 자리는 대부분 외식업이 아닌 다른 업종이 채우고 있지만, 폐점 후 비어 있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배달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외식업체 매장이 굳이 가장 비싼 자리에 자리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사실상 최저임금이 1만원인 상황에서 많은 직원을 두고 식당을 운영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배달중심 매장 위주로 변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소상공인 상계형 적합업종 규제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중인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은 이달 중 소상공인·중소기업단체의 신청이 시작됩니다.
다음달 음식점, 두부, 청국장, 김치, 골판지상자 등 올해 73개 품목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어서 이들 업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큰 폭으로 오른데다, 규제도 늘어나고 있어 외식업종이 많이 위축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작년에도 '어렵다 어렵다' 했는데요. 올해는 더 힘들어질 거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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