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씹던 껌 씹어" "머리 박아"…직장 갑질 처벌? '국민 법 감정'에 못 미쳐 [일상톡톡 플러스]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부당노동행위 및 성희롱 혐의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한 페르노리카코리아(Pernod Ricard Korea)에 대해 약 2개월 간의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계획입니다.

발렌타인, 앱솔루트 위스키 등을 유통·판매하는 프랑스 기업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와 영업총괄전무 A씨의 이른바 '씹던 껌 갑질' 사건, 성희롱, 폭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 소환됐는데요.

이 국감에서 장 클로드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는 동문서답 식의 답변을 하는 등 불거진 의혹에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해 국감위원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결국 환경노동위원장 등의 요청으로 노동청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됐는데요.

이번 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부당노동행위, 성희롱 건이 모두 사실로 인정됐고, 노동청에서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검찰 송치 의견을 페르노리카코리아 측에 전달했습니다. 성희롱 혐의를 받고 있는 A전무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를 내리도록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청, 페르노리카코리아 부당노동행위 檢 기소의견 송치

페르노리카코리아 노동조합 관계자는 "사측이 '임페리얼' 브랜드 매각을 단행했는데, 이는 직원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의 극대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있어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영난을 그 이유로 말하고 있으나 지난 2년 동안 3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프랑스 본사로의 배당한 것을 감안하면 직원들의 희생을 담보로 이익만 챙기려는 프랑스 기업 '먹튀 경영'의 전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노조는 전 조합원 쟁의행동 결의를 계획하는 등 한국 직원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전력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장 클로드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
페르노리카코리아 제공

임페리얼 브랜드 위스키의 새 주인이 드링스인터내셔널로 낙점됨에 따라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발렌타인, 앱솔루트와 같은 전략적 글로벌 브랜드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임페리얼 브랜드에 대한 영업과 판매 권한을 가져가게 되는 드링스인터내셔널은 대한민국 위스키 업계 '대부'격인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가 세운 회사로, 위스키 전문가인 김 대표에게 판권만 넘기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 변화함에 따라 조직도 그에 맞게 개편할 예정이며, 그 일환으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음달 1일까지 조기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데요. 정규직 직원 수를 100명 아래로 줄이겠다는 방침입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드링스인터내셔널 측에 판권을 넘긴 프리미엄 스카치 위스키 '임페리얼'.
페르노리카코리아 제공
국내 위스키 시장은 지난해 출고량이 정점이었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 나는 등 갈수록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149만2459상자(9L기준)로 전년 159만1168상자보다 9만8709상자, 6.2% 줄었습니다. 2008년 284만1155상자로 최고 기록을 세운 뒤 2009년부터 10년 연속으로 감소한 결과입니다.

지난해 출고량은 2008년 출고량의 52.5%로, 절반을 가까스로 넘겼는데요. 업체별로는 디아지오코리아가 53만3912상자로 단연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골든블루 40만5778상자 △페르노리카코리아 30만179상자 △롯데주류 13만2540상자 △기타 12만50상자 등 순이었습니다.

전년과 비교하면 골든블루만 1.4% 소폭 성장했고, 나머지 업체들은 일제히 출고량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정신적 가해 처벌 조항 '無'…신체적 폭행 있어도 벌금형 수준에 그쳐


한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까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갑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처벌 수준이 '국민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폭언 등으로 인한 정신적 가해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육체적인 폭행 정도가 있어야 그나마 처벌이 내려지는 것이 현실인데요.

프랑스·영국·캐나다처럼 갑질을 괴롭힘의 범주로 명시하고, 이를 금지하는 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갑질 폭행 사건의 과거 사례를 되짚어보면 폭행에 따른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는데요. 물리적 폭행이 있어야 그나마 벌금형 정도가 내려질 뿐이었습니다.

이마저도 없다면 폭언 혹은 괴롭힘으로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서 가해자 처벌이 누락됐다며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위해서는 어떤 것이 형법상 죄가 될 정도의 괴롭힘인지 구체적으로 정의를 내려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국 "취업규칙 정비 통해 자율적 예방 시스템 구축에 중점"

우리나라도 상사 갑질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이달 15일 공포됐습니다.

다만 개정법은 직장 내 괴롭힘 자체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는데요.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금지하되 처벌보다는 취업규칙 정비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고용당국의 설명입니다.

개정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이를 금지했는데요.

직장 내 괴롭힘을 처음으로 법에 명시하고 이를 금지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풀이됩니다.

개정법에 따라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 이를 인지한 사용자는 지체 없이 조사에 나서 직장 내 괴롭힘을 확인하면 가해자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피해자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무 장소 변경과 유급 휴가 명령 등을 해야 하는데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국내 웹하드업체 위디스크 실소유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제공
개정법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은 공포한 지 6개월 후인 올해 7월16일 시행됩니다. 각 사업장은 그 전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대응 방안 등을 담은 취업규칙을 마련해야 합니다.

노동부는 "개정법이 시행되면 취업규칙 확인 등을 통해 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대응 상황 등을 점검하고 미흡한 점은 시정하도록 지도할 것"이라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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