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1-22 21:32:52
기사수정 2019-01-22 17:33:01
베트남, 24일 일본과 8강전/요르단과 16강전 승부차기승/아시아축구 ‘빅4’와 정면대결/2018년 아시안게임 日제압 경험/
당시엔 23세이하 경기서 승리/성인대표팀 이끌고는 첫 격돌/박 감독 “도전해보겠다” 출사표
최근 1년간 박항서 감독의 행보는 스테이지를 한 개씩 격파해 나가는 게임 속 용사 같다. 하나의 적을 물리치고 나면 곧바로 더 강한 적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러면, 용사는 더욱 실력을 갈고닦아 끝내 이를 물리친다. 이런 박 감독 앞에 마침내 ‘끝판왕’ 중 하나가 나타났다. 아시아 축구 ‘빅4’ 일원인 일본을 상대하게 됐기 때문이다.
두 팀이 격돌하는 무대는 24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이다.
앞서 베트남은 지난 20일 요르단과의 대회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승부차기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요르단에 먼저 선취골을 빼앗겼지만 침착하게 추격을 이어가 응우옌꽁프엉(24)의 골로 1-1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승부차기로 경기를 끌고간 뒤 골키퍼 부이띠엔중(22)의 선방 쇼로 극적인 승리를 만들어냈다. 베트남의 만만치 않은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이어 일본이 21일 UAE 샤르자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승리하면서 두 팀의 8강전이 성사됐다. 일본은 전반 20분 중앙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21)가 터뜨린 헤딩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승리를 차지했다.
베트남으로서는 8강 상대인 일본은 거대한 벽이다. 일본은 한국, 이란, 호주와 함께 21세기 아시아 축구계를 지배 중인 ‘빅4’ 국가 중 하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50위로 100위인 베트남보다 50단계나 높다. 월드컵 등 큰 경기 경험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역대 상대 전적에서도 일본이 5승1패로 확연히 앞선다.
다만, 자신감은 있다. 박항서 감독과 선수들은 불과 반 년 전 일본을 꺾은 적이 있다. 지난해 8월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일본과 맞붙어 1-0으로 승리한 것. 23세 이하 팀들 간 대결로 치러진 이 경기에서 베트남은 점유율에서 64%를 기록하는 등 결과뿐 아니라 내용까지 압도했다. 이 승리로 박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베트남 역사상 국가대항전에서 일본을 이긴 최초의 축구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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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두바이=뉴시스 |
물론 당시 베트남이 이긴 일본 U-23팀과 이번 성인대표팀은 전혀 다른 팀이다.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만 13명에 이르는 등 경험과 기량 모든 측면에서 확연히 한 수 위다. 이 때문에 박항서 감독은 다소 공격적이었던 아시안게임 때와는 달리 이번 대결에서는 철저히 실리 중심의 축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스리백을 기반으로 최대한 수비벽을 두껍게 한 뒤 4경기에서 5골을 뽑아낸 효율적인 공격력으로 의외의 한방을 노리는 전개가 기대된다. 박 감독도 일본과의 8강전이 결정된 뒤 “전력이 안 되는 것은 알고 있다. 도전 한번 해보겠다”고 결연한 각오를 내비쳤다. 강한 적들을 수없이 격파하며 놀라움을 안겨준 박 감독이 일본을 상대로도 ‘매직’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