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日軍에 性제공 여성’…日 영자신문 역사왜곡 논란

징용공→‘전시노동자’로 변경 / 아베정부측 압력 의혹 제기 일본의 주요 영어신문인 재팬타임스가 위안부(comfort woman)라는 표현을 ‘일본군에 성행위 제공 여성(woman to provide sex to Japanese soldiers)’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영자지 중 판매 부수가 가장 많은 재팬타임스는 지난해 11월30일자 지면의 편집자 알림에서 “오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면서 comfort woma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신문은 comfort woman에 대해 “지역에 따라 위안부의 경험이 다양하다”며 앞으로는 ‘자신의 의사에 반한 경우를 포함해 전시 사창가(brothels)에서 일본 군인들에게 성행위를 제공하기 위해 일한 여성들(woman who worked in wartime brothels, including those who did so against their will, to provide sex to Japanese soldiers)’이라고 지칭하겠다고 밝혔다.

재팬타임스는 또 강제징용 피해자를 뜻하는 용어인 forced labor(징용공)에서 핵심 단어인 forced(강제된)를 삭제하고 전시 노동자(wartime labor)라고 표현하겠다고 알렸다. 재팬타임스의 새 표기 방침대로라면 군대 위안부나 강제징용 피해자의 성격이 모호해진다.

일본 내에서는 재팬타임스의 표기 변경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측의 영향력 행사 여부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재팬타임스의 표기 변경에 총리관저(官邸)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압력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며 “개별 미디어의 편집 방침에 대해 정부가 하나하나 얘기하지는 않겠지만, 관저가 압력을 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재팬타임스 방침은 지난해 10월30일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더욱 빈번히 표출되고 있는 아베 정권이 퇴행적 역사관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대법 판결 직후 그동안 일본 정부와 매체에서 사용돼온 징용공이라는 표현 대신에 ‘구(舊)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정부 내에서 쓰도록 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