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SOC '예타 면제'…공약 말바꾸기·예산 낭비 논란 [뉴스 투데이]

정부, 29일 대상사업 최종 선정 / GTX-B 등 33개 사업 도마에 / 경실련 “최대 42조 규모” 전망 / 지역 균형발전에 초점 맞춰 / 수도권 신청건은 제외 관측 / 총선 앞둔 ‘票퓰리즘’ 지적도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 가운데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받아 조기 착공될 사업이 이번 주 발표된다. 국가균형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예타 면제 대상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치중돼 있어 ‘대규모 SOC를 하지 않겠다’는 문재인정부의 공약과 배치된다는 지적과 예산을 낭비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최종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전국 17개 시·도는 내륙철도, 고속도로, 공항, 창업단지, 국립병원 등 대규모 SOC 건설 공사 33건, 70여조원 상당에 대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예타 면제를 신청했다.

예타 면제 대상 사업 선정이 지역균형발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수도권 사업을 제외하고 지역별로 1건을 대상으로 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방문해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전지역 경제인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시급한 지역 인프라 사업에는 예타를 면제하는 트랙을 시행하고 있다”며 “원활하게 균형발전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예타 면제 배경을 설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3일 “낙후 지역은 예비타당성 조사 경제성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기에 지역균형에 한계가 있어 면제를 검토하게 됐다”고 수도권 사업보다는 지역 사업 예타 면제에 무게를 뒀다.

다만 총선과 맞물려 수도권 사업이 예타 예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수도권에서 신청한 사업은 서울시의 동부간선도로 확장, 인천시의 GTX-B 건설사업(5조9000억원)과 강화∼영종평화고속도로 사업(1000억원), 경기도의 전철 7호선 도봉산∼포천 연장사업(1조391억원)과 신분당선 수원 호매실 연장사업(1조1646억원) 등이다. 특히 GTX-B 사업은 지난해 말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남양주 왕숙의 핵심 교통망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더욱 크다.

1999년 도입된 예타는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의 정책적 의의와 경제성 등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증·평가해 사업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예산 낭비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지역균형발전이나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을 위해 사업목적과 규모 등 구체적 사업계획이 수립됐거나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해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은 예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예타 면제를 위해 지자체들이 수요를 과다 추정하는 등의 부작용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09년 4대강 사업, 2010년 전남 영암 포뮬러원(F1) 건설사업 등이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경실련은 이날 국정감사 자료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정부가 발표할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의 규모가 최대 42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에도 30조원 규모의 예타를 면제한 적 있다. 따라서 경실련 추정치까지 더하면 최대 72조원으로, 이명박정부(60조원), 박근혜정부(24조원), 노무현정부(2조원)를 넘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경실련은 “문재인정부가 토건 정부로 비판받은 이명박정부보다 더 토건 사업에 의존하는 경향을 나타낸다”며 “정부는 지자체별 예타 면제를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예타 면제를 통한 총선용 선심 정책을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공공연하게 지금 말씀하고 계신다”며 예타 면제에 반대입장을 공식화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