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1-31 19:32:31
기사수정 2019-01-31 16:38:17
英·EU 대치속 비상대책 추가 채택 / 융커 위원장 “재협상은 혼란 가중” 거부 / 英학생 EU교류 프로그램 혜택 영향없어 / 메이, EU지도자에 ‘재협상’ 설득 집중 / 안전장치 시한부여 등 해법 제시할 듯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재협상을 추진키로 한 영국 의회를 향해 “재협상은 없다”며 즉각 거부한 유럽연합(EU)이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비상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양측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브렉시트 자체를 연기하는 안이 부결됨에 따라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떠날 위험성이 더 커졌다고 보고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30일(현지시간)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전날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에 대한 재협상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노딜 브렉시트’의 혼란스러운 위험을 증가시켰다”며 “최악의 상황을 비롯해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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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이 3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
융커 위원장은 EU와 영국이 작년 11월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은 재협상할 수 없다는 EU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문제의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해 “과거 어둠의 시대로 돌아가는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막기 위한 일종의 보험으로 브렉시트 합의문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EU가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한 일련의 비상대책을 추가로 채택했다”면서 EU의 학생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뮈스 프로그램 등에 대한 대책을 소개했다. 팀머만스 부위원장은 노딜 브렉시트가 실현되더라도 영국에서 에라스뮈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EU 27개 회원국 소속 1만4000명의 학생들과 유럽 대륙에 머무는 7000명의 영국 학생들은 아무런 영향 없이 프로그램을 마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행위는 또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2019년 예산안에서 규정한 영국의 의무를 계속해서 존중한다면 영국은 EU 프로그램의 혜택을 당초 계획대로 계속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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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가운데) 영국 총리가 30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응답``(Prime Minister``s Questions·PMQ)에 출석해 제러미 코빈(윗줄 오른쪽 3번째) 대표 등 노동당 의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 재협상을 선언한 메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코빈 대표가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유럽연합(EU) 역시 합의를 원하지만 여전히 `노 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
전날 영국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 배제안’ 역시 통과시키긴 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응답’에서 여전히 노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하원은 보수당의 캐럴라인 스펠맨, 노동당의 잭 드로미 의원이 제출한 노딜 브렉시트 배제안을 8표차로 통과시켰지만 정부에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메이 총리는 “그저 투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합의가 없다면 노딜 브렉시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와 대화하는 등 EU 지도자들에게 브렉시트 재협상 필요성을 설명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영국 내 반발이 심한 ‘안전장치’의 대안 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에 종료시한을 부여하는 방안, 안전장치 대신 기술적 해법을 통해 국경을 오가는 상품에 물리적인 통관절차를 면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