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유통·'묻지마 투척' 등 처벌… 이색 형법 개정안 '눈길'

피고인 경제력에 따라 벌금 액수 달리 책정하는 법안부터 / 20m 이상 건물에서 물건 떨어뜨리는 행위 '가중처벌'까지 / 다양한 내용의 형법 개정안 국회 계류… "신중히 검토해야" 입법·사법·행정의 3권 가운데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 흔히 ‘국회의원=정치인’이란 인식을 갖고 있으나 국회의원의 본업은 정치보다도 입법, 곧 법을 만드는 것이다. 그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4년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각종 법률 제정안과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으로 의정활동을 채워간다.

여러 법률 가운데 의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이 바로 ‘형법’이다. 형법이란 어떠한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는지와 그 처분의 정도·종류를 규정한 법규다. 자연히 법조인은 물론 일반 국민의 관심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회 들어 형법 개정안은 111건, 군인들에게만 적용되는 특별한 형법인 군(軍)형법 개정안도 17건이 각각 발의됐다. 형법 개정안 일부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거나 폐기돼 현재는 105건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군형법 개정안은 발의된 17건 그대로 계류돼 있다.

가장 최근 발의된 형법 개정안은 지난달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다. 벌금형 액수를 산정할 때 피고인의 경제력, 즉 1일 평균 수입을 기준으로 삼는 내용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피고인이 부유한 사람이면 벌금을 1000만원 물리고 가난한 사람이면 100만원만 물리는 식이다.

이 의원은 “경제력이 다른 개개인이 벌금형을 선고받더라도 각각의 체감이 다르기 때문에 형벌이 추구하는 기능을 다하기 어렵고, 경제력에 따라서 과도하게 가혹한 형벌이 되는 등 문제가 있다”며 “피고인의 불법과 책임의 정도 및 경제적 능력을 함께 고려해 벌금액을 선고하도록 함으로써 형벌 효과의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꼭대기에서 벽돌을 아래로 떨어뜨린 이른바 '묻지마 투척' 사건의 현장.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은 이같은 행위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현재 만 14세인 형사미성년자의 연령 기준을 13세로 1년 낮추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을 지난달 4일 대표로 발의했다. 그동안 14세보다 어린 소년이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피할 때마다 여론의 지탄이 쏟아지곤 했다.

사실 지금의 만 14세 기준은 1953년 형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 도입돼 66년간 그대로 유지, 시대 변화를 반영한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표 의원은 “최근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성숙도를 고려할 때 과거의 기준 연령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며 “(14세가 아닌) 13세 이상인 자가 고의로 사람을 살해하거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 형벌로 엄중히 다스려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요즘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분을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한 후 성적으로 가해행위를 행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로 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업무, 고용, 양육, 교육 및 종교 등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상대로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 또는 추행한 자를 보다 엄격히 처벌함으로써 그루밍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오 의원은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길들여진 상태에서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추후에 인지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이로 인해 상호 동의 하에 일어난 간음 및 추행으로 인정돼 가해자가 무죄로 풀려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필요성을 들었다.

이밖에도 가정을 파괴하고 인륜에 반하는 비속살해의 경우 존속살해와 동일하게 일반 살인죄보다 가중처벌하도록 한 형법 개정안(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대표발의), 높이 20m 이상 건물에서 위험한 물건을 투척하거나 낙하시켜 상해죄·중상해죄·재물손괴죄를 범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한 형법 개정안(한국당 이종배 의원 대표발의), 형의 감경 사유인 ‘심신장애’ 여부를 인정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전문가의 감정을 명하도록 한 형법 개정안(민주당 박범계 의원 대표발의) 등이 줄줄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을 상징한 '욱일기'.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욱일기처럼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 등을 국내에 유통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금 독특한 형법 개정안도 있다. 이른바 ‘욱일기‘ 등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 또는 휘장, 이러한 문양이 포함된 옷·물건 등을 국내에서 제작 또는 유통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개정안(민주당 박광온 의원 대표발의)이 가장 대표적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민 여론에 신경써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선 특정 범죄자나 범행을 성토하는 민심이 들끓으면 당연히 그를 반영해 형량을 올리거나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싶을 것”이라며 “하지만 형법처럼 국민 기본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고자 할 때에는 여론에 너무 좌우되지 말고 위헌 소지는 없는지, 오·남용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