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만난 벤처인들 “국내기업 되레 역차별” 쓴소리

靑서 혁신 벤처기업인 간담회 / 이해진 “해외기업 法적용 똑같이” / 이승건 “주52시간제 또다른 규제” / 文 “해당 부처서 살펴보게 할 것 / 反기업정서 금세 개선 기대” 강조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혁신 벤처기업인 간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다음 주 부산 스마트시티 전략보고회에 참석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7일 진행된 간담회는 지난달 중소·벤처 기업인과의 간담회 이후 꼭 한 달 만이다. 오는 27, 28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으로 당분간 대외활동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경제 활력을 위한 행보에도 소홀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설 연휴 구상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등 1세대 벤처기업과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인 7인을 초청했다. 정부에서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정태호 일자리수석, 윤종원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와 김범석 쿠팡 대표(오른쪽) 등 1세대 벤처기업인과 한국형 유니콘 기업인 7명과 벤처기업육성 방안에 관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 정부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약속하면서 성장의 주된 동력을 혁신성장에서 찾고 있다”며 “특히 혁신창업이 활발해져야 되고, 그렇게 창업된 기업들이 중견기업, 유니콘 기업, 또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의 생태계가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반기업 정서로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호소한 데 대해 “초기 큰 부를 이룬 분들이 (성장) 과정에서 정의롭지 못한 부분이 있어 국민들의 의식 속에 반기업 정서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최근의 기업들은 투명한 경영으로 여러 성취를 이뤄내고 있어 국민들의 의식 개선은 금세 이뤄지리라 본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해외에서 바라보는 우리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해 “한국의 해외 이미지도 많이 변화했고 계속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며 “한국 불확실성은 ‘한반도 리스크’일 텐데 그 부분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어 자신 있게 기업활동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기업인들의 쓴소리와 조언도 잇따랐다. 김택진 대표는 “(역대)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곤 한다”며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해 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에는 그것(주 52시간 근무제)이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한다”고 토로했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는 “인터넷망 사용료나 세금을 내는 문제에서 (우리가)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기업과 해외기업들에 적용되는 법안들이 동등하게 적용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글 등 일부 외국계 기업의 국내 인터넷망 사용료 계약 거부에 따른 역차별 논란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권오섭 L&P 코스메틱 대표는 “많은 청년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저희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구직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해당 부처에서 살펴볼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혁신 벤처기업인뿐만 아니라 8일 기초단체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지역경제 활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설 연휴 이후부터 경제 활력을 위한 일상적인 경제 챙기기 일정을 더 폭넓고 깊이 있게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