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폭동'으로, 당시 희생자들을 '종북좌파가 만든 괴물집단'으로 부르며 매도해 파문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 즉 공적인 자리여서 논란이 더욱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이번 공청회에서 쏟아진 말은 차마 듣기조차도 민망한데요. 이는 국가의 공권력에 유린당하고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자 망언입니다.
◆'5·18 망언' 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직 제명 가능성은?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3당은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나란히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져 '5·18 망언'을 고리로 여야 4당의 공조 틀이 형성되는 모습입니다.
헌법상 의원직 제명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요.
민주당은 한국당 지도부가 이들 문제 의원에 응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야 3당과 손잡고 "국민적 퇴출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긴급기자회견에서 "망언한 의원들에 대해 한국당은 즉각적인 출당 조치로 법률을 존중하는 정당임을 증명하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범죄적 망언을 쏟아낸 한국당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해 가장 강력한 징계 조치(제명)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한국당이 만약 응분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과 이들 의원에 대한 국민적 퇴출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민기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5·18 공청회는 최소한의 정치적 금도마저 저버린 최악의 난장판이었다"며 "이들에 대한 의원직 제명과 국회법 절차에 따른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민주화 왜곡 시도에 쐐기를 박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괴물 3인방'이라고 지칭하며 이들의 발언을 '조현증에 가까운 망언'으로 규정, 의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라고 몰아세웠는데요.
권칠승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 의원들의 제명 가능성에 대해 "한국당 내 양심있는 분들의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당 지도부 "당의 공식 입장 아냐…민주화운동 역사적 의미 높이 평가"
호남에 정치 기반을 둔 민주평화당은 이날 아침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정동영 대표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정면 부정하고 짓밟는 만행이 자행됐다.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5·18 정신을 짓밟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평화당은 당내 '한국당 5·18 망언 대책 특별위원회'를 꾸려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국회 윤리위 제소는 물론 법적 조치에도 나서기로 했습니다.
천정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두환 광신자'인 지만원이 끝내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더럽혔다"며 "토론회장에 참석한 한국당 의원들도 차마 사람의 입에 담지 못한 망언을 내뱉었다. 반드시 책임져야 할 범죄적 망언"이라고 힐난했습니다.
정의당도 가세했는데요.
윤소하 원내대표는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한국당 일부 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제명 및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추진하겠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그는 "한국당에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며 이런 방침을 밝혔는데요.
이에 한국당 지도부는 당내 일부 의원들이 주최한 행사인 만큼 당의 공식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습니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5·18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된 사건"이라며 "4·19든 5·18이든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자유롭고 활발한 논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한 의혹 제기는 곤란하다"고 적었는데요.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 우리당 일부 의원의 발언이 희생자에게 5·18 희생자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 부분에 유감을 표시한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입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가 동료 의원들의 망언을 사실상 두둔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당 내부에선 논란을 일으킨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 바 있는데요.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들께서 주시고 있는 마지막 시선마저도 걷어차고 싶은 것인지, 이미 역사적 단죄가 내려진 '5.18'을 소환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며 "역사적 평가가 끝난 '5·18'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논란 당사자인 김진태 의원은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자신을 비롯해 공청회를 연 한국당 국회의원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선 여야 3당을 되레 공격했는데요.
김 의원은 "남의 당 의원을 출당하니 제명하니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고 그분들이 저를 더 띄워주는 거라 생각한다. 엊그제 공청회 참석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 난리냐"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물론 공청회를 주최한 건 맞고, 북한군 개입 여부를 제대로 밝히려 했던 것으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녹여내고,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을 법제화하는 곳입니다. 이념과 정체성을 달리하는 정당 의원들이 활동하는 곳이기 때문에 정치적 성향의 각종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민주화운동으로 공식 인정하고 추모하는 마당에 제1 야당의 의원이 역사를 왜곡하는 공청회를 연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터무니없고 허무맹랑한 주장을 일삼아온 사기 전과자 극우 인사를 국회에까지 끌어들여 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슴에 대못을 박고, 조롱한 의원들은 광주시민과 희생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 가짜뉴스 법적책임 엄히 물어야
5·18 민주화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을 지속해서 주장하는 지만원 씨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5·18 기념재단과 5·18 3단체는 지 씨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는데요.
이번 공청회에서 4시간여 동안 쏟아낸 지 씨와 한국당 의원의 왜곡, 폄훼 발언을 모두 녹취해놓은 만큼 처벌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가 낮아 지 씨가 이런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한 시민은 "요즘 가짜뉴스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지 씨는 가짜뉴스의 원천"이라며 "법적인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 씨가 주장하는 5·18 민주화 운동 북한군 개입설은 이미 정부·군 당국·사법기관 등의 조사를 통해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있는 상황입니다.
재판부는 "당시 군 지휘권을 장악했던 전두환은 2016년 월간 신동아 인터뷰에서 '어디로 왔는데? 난 오늘 처음 듣는데?'라고 발언했고, 동석한 배우자 이순자도 '북한군 침투 주장은 지만원이 한 것인데 근거가 없다. 그 주장을 우리와 연결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던 CIA 등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들도 북한군 개입은 없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5·18 때 북한의 군사적 동향을 기록한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1급 비밀' 문건에는 "김일성은 남한에 위협이 되는 어떤 행동도 전두환을 돕는 결과를 가져올 것을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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