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2-11 15:25:17
기사수정 2019-02-14 17:30:01
[이슈톡톡] 자유한국당 의원 5·18 비하 논란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 힘을 모아 투쟁해나가자.”(김진태)
“사실에 기초해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 ‘광주 폭동’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는데 이제 다시 (폭동으로) 뒤집을 때다.”(이종명)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김순례)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이 지난 8일 ‘5·18 민주화운동과 유가족’을 모독한 발언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이들의 의원직 제명까지 거론하고 한국당과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이들의 매우 부적절한 언행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파장의 심각성을 간과한 채 어설프게 대응한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도 곤경에 처한 모습이다. 여권의 잇단 실책에다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바람 등을 타고 지지율 상승이 탄력을 받던 당에 세 의원이 국가와 법적 판단, 역사를 거스른 입놀림으로 찬물을 쫙 끼얹은 형국이다. 이들이 과거에도 사려깊지 못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당 차원의 엄중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촛불은 꺼지게 돼 있다”, “세월호 선체 인양하지 말자” 수차례 논란 빚은 김진태의 말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진태 의원은 과거 거침없는 말로 수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시절엔 품위 손상과 명예훼손을 이유로 국회윤리위원회에 4차례나 징계안이 제출될 정도였다.
그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 통과 당시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꺼지게 돼 있다”고 말해 당시 야당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故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두고는 “고인이 사망하기 6일 전 급성신부전증이 와서 가족에게 혈액투석을 권했는데도 가족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지 않아 사망하게 됐다는 것”이라고 ‘병사’ 의혹을 제기해 여론의 공분을 샀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도 2015년 11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가 희생자가 나타날 수 있고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를 대며 세월호 인양에 반대해 유가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듬해에는 다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또 다칩니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 세월호 두고 “시체장사, 거지근성”, 여성부 장관 후보자에게 “동성애자냐”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순례 의원도 대학약사회 부회장으로 있을 당시 세월호 참사를 두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비하하는 SNS글을 공유해 물의를 빚었다. 문제의 글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향해 “국가를 위해 전쟁터에 나가 싸우다가 희생되었는가”라며 “의사상자!!! 현재 국가유공자가 받는 연금액의 240배까지 받을 수 있는 대우라 한다. 이러니 ‘시체장사’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고 희생자를 비하하는 내용을 담았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서도 “(과거 크고 작은 사고 유가족은) 국가에 대하여 보상을 바라지도 않았고 그런 비겁하고 거지근성은 생각지도 않고 넘어갔다”고 비꼬는 투가 담겼다.
당시 대한약사회는 김 의원(당시 부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을 명령했고 약사 연합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최소한의 품격도 지니지 못한 인사가 약사를 대표해 비례대표가 되는 것은 전체 약사들에 대한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비례대표 공천을 반대하는 서명운동까지 펼쳤다.
육군 대령 출신으로 역시 비례대표인 이종명 의원은 지난해 9월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시 “동성애자는 아니시죠?”라는 질문을 건네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았다. 당시 질문을 받은 진 후보는 “위험한 질문”이라며 “질문자체에 차별이 있다”고 맞받아쳤지만 이 의원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며 “변호사 시절 동성애 처벌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변호하고 동성애와 에이즈의 관련성을 다룬 교과서 내용을 삭제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