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2-13 23:23:10
기사수정 2019-02-13 23:23:09
겨울철 삼한사온서 ‘삼한사미’로 / 중국발 오염물질·배기가스 쌓여 / 국내외 배출량 감축이 최우선 / 미세먼지 쉼터·나무심기도 도움
우리나라 겨울철을 대표하는 기상패턴은 삼한사온(三寒四溫)이다. 찬 대륙성 기단이 내려와서 위세를 떨치는 3일 동안 춥고, 이 기단이 변질되고 또 다른 찬 기단이 영향을 끼치기 전까지 4일 동안은 따뜻하다. 그런데, 요즘엔 이 말이 삼한사미(三寒四微)로 바뀌어 불린다.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얘기이다. 뜻의 의미를 감안한다면 티끌 진(塵)을 써서 삼한사진(三寒四塵)으로 써야 옳겠다.
과거의 기온과 미세먼지 자료를 분석해 보면 찬 대륙성 기단이 확장하면 예외 없이 미세먼지 농도는 급격하게 낮아진다. 시베리아와 몽골 지역을 거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 오염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바람이 세 그동안 우리나라에 머물러 있던 오염된 공기를 흐트러뜨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나라에 공기가 수일 이상 머물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 공기가 한곳에 정체하면 중국으로부터 넘어오는 오염물질이나 우리나라에 있는 공장이나 차량 등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오염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중국으로부터 넘어오는 오염물질로 인해 우리가 피해를 보는 것은 억울한 느낌까지 든다. 물론 겨울 동안 온도가 높다고 항상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는 않다. 온도와 미세먼지 간의 상관관계도 생각만큼 높지는 않다. 미세먼지 농도는 오염물질의 배출과 이동, 그리고 확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얘기를 종합하면 미세먼지 고농도는 국내에서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고 다른 나라로부터 많이 유입되고, 대기가 정체되어 확산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이에 오염물질이 적게 배출되거나 대기가 활발하게 움직이면 미세먼지 양은 크게 줄어든다. 당연히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오염물질이 줄면 우리나라 공기 질도 그만큼 좋아진다.
얼마 전 정부에서는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방안으로 서해안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했다. 비행기에서 구름 응결핵 역할을 하는 드라이아이스나 요오드화은(AgI) 등을 뿌려 구름물방울의 크기를 키우고, 궁극적으로 비를 내려 미세먼지를 씻어내려는 목적이다. 이 실험을 맡은 관계자들도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는 않았지만, 국민들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뭐든 해야 하지 않겠냐고 수긍했다.
미세먼지 고농도는 대기가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서 정체돼 있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구름 응결핵을 아무리 많이 뿌려도 구름물방울이 커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미세먼지 자체가 구름 응결핵의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구태여 인공강우 실험을 하지 않아도 구름 응결핵은 충분하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도 미세먼지 고농도 시에는 비를 내리게 하기 어렵다. 설령 비가 내린다고 해도 5㎜ 이상으로 충분한 양이 내리지 않으면 미세먼지가 저감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5 ㎜ 이하의 강수량에 대해서는 미세먼지의 연관성이 없고, 심지어 강수량이 증가할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아지는 경우도 많았다.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국내외의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차선책으로서 현실적인 방안은 먼저, 미세먼지를 피할 쉼터를 곳곳에 만드는 것이다. 더위나 추위를 피하듯 미세먼지를 피할 공간이 필요하다. 이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간에는 미세먼지를 억제하는 식물을 심으면 좋겠다. 특히, 초등학교와 그 주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다음으로, 도심의 주요 강에 공기 청정타워를 설치하고, 신축 아파트나 대형 건축물 옥상에는 대형 공기청정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면 좋겠다. 끝으로 길거리 가로등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미세먼지 양이 많아지면 자동적으로 물을 뿌리게 하면 어떨까. 지면 부근의 오염물질을 씻어낼 수도 있고, 최소한 차도에 쌓인 미세먼지가 다시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것을 막을 수는 있겠다. 이러한 해법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근본 대책은 아니지만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심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 대기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