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2-14 15:22:38
기사수정 2019-02-14 14:52:19
자신의 아버지가 막노동을 했다고 고백한 아나운서의 글이 누리꾼의 공감을 샀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브런치에는 '저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임희정 전 광주MBC 아나운서(사진)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 첫 문장에서 임 전 아나운서는 자신을 '개천에서 난' 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948년생 아버지는 집안 형편 때문에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도 채 다니지 못했다"면서 "일찍이 어렸을 때부터 몸으로 하는 노동을 하셨고, 어른이 되자 건설현장 막노동을 시작했다"고 부친에 대해 설명했다.
임 전 아나운서는 "1952년생인 어머니는 국민학교를 겨우 졸업했다"며 1984년생인 자신은 '대학원 공부'까지 마쳤다고 했다.
그가 아나운서가 되자 사람들은 직업만 보고 자신을 당연히 번듯한 집안에서 잘 자란 사람으로 여겼다고 했다. "아버지는 무슨 일 하시느냐"는 물음에 "건설 쪽 일을 하신다"고 답하면 당연히 자신의 아버지는 건설사 대표나 중책을 맡은 사람이 됐고, "부모님은 어느 대학을 나왔나"라는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아도 부모님은 '대졸자'가 돼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임 전 아나운서는 "부모님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난과 무지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면서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 아래서 잘 자란 아나운서 딸이다. 내가 개천에서 용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정직하게 노동하고 열심히 삶을 일궈낸 부모를 보고 배우며, 알게 모르게 체득된 삶에 대한 경이(驚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나를 움직인 가장 큰 원동력도 부모였다"며 "물질적 지원보다 심적 사랑과 응원이 한 아이의 인생에 가장 큰 뒷받침이 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임 전 아나운서는 "길거리를 걷다 공사현장에서 노동하는 분들을 보면 그 자식들이 자신의 부모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 내가 했던 것처럼 부모를 감췄을까"라며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내가 증명하고 싶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의 생도 인정받고 위로받길 바란다. 무엇보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리 모두의 부모가 존중받길 바란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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