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2-14 21:15:20
기사수정 2019-02-14 21:15:19
前 대사들 국제사회 입지 우려/연기 촉구하고 나섰지만 일축
3월 말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시한이 다가오면서 ‘브렉시트 연기’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직 대사를 지낸 영국 외교관들이 국제사회에서의 영국 입지 약화를 우려하며 브렉시트 연기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테리사 메이 총리는 “연기는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총리 질의응답’에서 정부가 브렉시트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을 부인했다. 앞서 ITV는 전날 벨기에 브뤼셀의 한 바에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수석보좌관 올리 로빈슨이 한 관련 발언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빈슨은 “영국 하원이 결국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지지하거나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메이 총리는 “바에서 한 말을 엿듣는 사람의 말에 하원의원이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오는 3월 29일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단행한다는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는 26일까지 EU와 ‘안전장치’(backstop) 관련 브렉시트 합의안을 수정한 뒤, 제2 승인투표와 이행법률 심의, 비준동의 절차까지 다음달 29일 안에 끝내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브렉시트 연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14일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전직 대사를 지낸 영국 외교관 40여명은 전날 메이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20년간 영국 외교를 이끌어 온 이들은 공동성명 형식의 서한에서 “영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잘 알고 있는 우리가 메이 총리에게 전하는 조언은 명백하다”며 “최종 목적지에 대한 확실성 없이 EU를 떠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리스본조약 50조에 정해진 2년간의 협상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며 “대실패작인 브렉시트는 이미 영국의 입지를 약화시켰고, 영국을 위기에 몰아넣을 것이므로 너무 늦기 전에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이 아무런 협정 없이 ‘노딜 브렉시트’를 맞는 상황에 대비하는 대체 무역협정 체결도 지지부진하다. EU가 협정을 맺은 69개국 중 현재까지 대체 협정이 체결된 곳은 스위스, 칠레, 페로제도, 세이셸 등 7개국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