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안전하게 쓰면 괜찮다? NO! [우리의 환경은 평등합니까]

채굴·가공·폐기… 전 과정 먼지로 노출 / 석면국제協 전 세계 로비… 위험성 축소 / 전문가들 “절대 안전 기준치란 없어” / 獨·日은 이미 2000년 전후 전면 금지
세계 석면산업은 1940년부터 급격히 커져 198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석면이 위험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지만 ‘석면도 안전하게 사용하면 괜찮다’는 목소리가 경고음을 덮었다. 그 대표적인 단체가 1970년대 결성된 석면국제협회(AIA)다. AIA는 석면산업의 대변인을 자처하며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 로비 네트워크를 구축해갔다.

유럽 내 입지가 점점 좁아지면서 1997년 AIA는 본거지를 유럽에서 캐나다 퀘벡으로 옮긴다. 세계 최대규모의 석면광산이 있는 곳이다. 2005년에는 석면이란 이름을 떼고 ‘국제 크리소타일 협회’(ICA)로 간판을 바꿔단다. 크리소타일은 백석면인데 여러 종류의 석면 중 그나마 위험도가 가장 낮다고 알려진 물질이다. ICA는 여전히 과학자와 로비스트가 참여하는 각종 모임과 학술대회를 후원하며 꺼져가는 석면산업의 불씨를 살리고자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말대로 석면을 안전하게 사용하면 안 되는 걸까.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석면을 캐내고 가공해서 사용하고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계속 먼지가 된다”며 “이걸 고정화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다 적용하기도 쉽지 않고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것 역시 어렵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석면 철거 역시 그런 경우다.

대기 중 석면기준치라는 것도 있지만, 절대적인 안전기준은 아니다. 이용진 순천향대 교수는 “석면기준치는 역학성을 토대로 설정한 것으로 대기질을 이 정도로 관리하라는 의미이지, 그 미만이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독일은 1993년, 일본은 2002년 ‘안전한 석면 사용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전면 금지 작업에 돌입했다.

윤지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