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화재 등 피해자 3명 중 1명 PTSD 위험군

재난硏 ‘삶의 변화 추적조사’ 발표 / 2012~2017년 피해자 2311명 중 / 우울·불안 증상 각 28.7%·8.3% / 구호서비스 불만족 답변은 37.4%
“지진 난 지 1년이 지났어요. 컨테이너에 살고 있는데 조금만 흔들려도 지진 온 것처럼 놀라고 밥도 못 먹고 토할 것 같아요.”

포항지진 피해자 최모씨가 지난해 11월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안전연구실 관계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다. 최씨는 2017년 지진 당시 집이 철거돼 남편, 아이와 함께 임시 거처인 컨테이너에서 지내고 있다. 지진 이후 생긴 신체적·정신적 질환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다.

지진 등 자연재해와 화재 등 재난을 겪은 피해자 3명 중 1명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위험군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재난 후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피해자도 10명 중 3명에 달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이러한 외상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연구원은 20일 고려대에서 열린 한국방재학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재난피해자의 재난 이후 삶의 변화 추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2012∼2017년 태풍·호우·지진·화재 피해자 2311명의 경제·사회적 환경 변화 및 심리·보건의 건강 영향을 추적 조사(2016∼2018년)하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3차 조사에서 피해자의 42.1%(974명)는 ‘재난으로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상해와 질병 피해자는 6.2%(144명)였는데, 지난해 조사에서 완치된 상태라는 응답자는 44.4%(64명)였다. 하지만 병원 진료는 3.8%(88명)만 받았다.

충격적인 사건 이후 겪는 정신장애를 말하는 PTSD 위험군도 상당했다. 연구진은 재난 피해자의 PTSD 수준을 조사한 결과 35.3%(816명)가 25점 이상으로 나타나 위험군으로 분류됐다고 전했다. 우울과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피해자는 각각 28.7%(663명), 8.3%(192명)였다.

같은 재난이지만 경제적 위치에 따라 피해 정도는 차이 났다. 연구원은 2017년도 기초조사 결과를 가구소득별로 분석한 결과 재난 외상(트라우마) 정도가 기초수급자와 최하위소득층(월평균 가구소득이 100만원 이하)이 고소득층(600만원 이상)에 비해 23% 높았다고 전했다.

재난피해자의 37.4%(865명)는 정부와 민간에서 받은 구호서비스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실제 정부 등과 갈등을 겪은 피해자는 5.9%(137명)였다. 이들은 ‘피해의 원인과 책임소재’(27.7%), ‘피해조사와 피해지원 과정’(20.4%), ‘지역 복구 과정’(18.2%) 등에 불만을 나타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