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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전 정무비서 김지은씨, 안 전 지사의 아내 민주원씨. |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정무비서였던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 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안 전 지사와 김씨가 주고 받았다는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민씨는 대화 정황상 김씨와 안 전 지사가 ‘불륜관계’였다고 주장하면서 김씨의 증언을 받아들인 2심 법정에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2심은 피감독자 간음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 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민씨는 지난 20일 오후 페이스북에 지난 13일에 이어 안 전 지사와 김씨 간 불륜을 주장하는 글을 재차 올렸다.
이 글에서 민씨는 “치욕스로운 상황에서 법정 증언을 해야 했다. 자식들 때문에”라며 “제 명예를 걸고 한 증언이 피고인의 아내라는 이유로 배척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심 재판에서) 제 일관된 주장이 왜 배척됐는지 정말 궁금하다”며 “안희정씨와 김지은씨에게 의해 뭉개져 버린 여성이자 아내로서 제 인격이 항소심에서 다시 짓밟혔다”고 호소했다.
민씨는 앞서 지난해 3월과 8월 법정에서 김씨와 안 전 지사 간 불륜 관계를 보여주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하면서 동일한 내용의 진술을 일관되게 했음에도 증언이 배척됐다고 봤다.
앞서 안 전 지사는 김씨를 상대로 2017년 7월29일부터 지난해 2월25일까지 러시아와 스위스, 서울 등지에서 10회에 걸쳐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간음, 강제 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민씨는 “김지은씨의 거짓말이 법정에서 사실로 인정되는 것을 절대로 그냥 넘어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1심 판결문에 나와 있는 안 전 지사와 김씨 간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두 사람은 연애를 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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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안희정 전 충남 지사의 민주원씨는 페이스북에 안 전 지사와 전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불륜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글과 함께 두 사람이 나눈 문자 메시지 등을 캡처해 공개했다. |
민씨는 처음 만나본 순간부터 김씨가 안 전 지사를 단순 지지자 이상으로 좋아하고 있음을 직감했다고 했다.
그 근거로 안 전 지사의 다른 수행비서와 달리 밤늦은 행사 후에도 안 전 지사의 옷과 가방을 챙겼으며, 주말 행사 때에도 다과를 손수 사들고 찾아왔다는 점을 들었다.
또 자신의 생일 같은 가족 행사에도 김씨가 직접 참여했고, 충남도청 앞에서 단 둘만 마주쳤을 때는 김씨가 수차례 자신을 못본 척하고 지나갔다고도 했다.
민씨에 따르면 김씨는 안 전 지사에게 3번째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2017년 9월5일 스위스 출장에서 담배를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안 전 지사의 방에 슬립을 착용하고 맨발로 찾아갔다고도 했다.
귀국 후 같은달 8일 지인에게 “(안 전 지사에게) 릴렉스와 생각할 시간을 많이 드린 것 같아서 뿌듯하다”, “이게(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는 것) 즐거우니 문제라고들 하는데 뭐 어쩌겠냐 내 마음이 그런 것을" 등의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민씨는 나아가 김씨가 성폭행 당시에 대해 정확한 진술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릴렉스시켜드려 뿌듯하고 즐겁다’고 했던 안 전 지사를 상대로 나중에 성폭행범이라고 고소했다며 “기막힌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민씨는 2017년 12월쯤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승진 발령을 받은 김씨가 어디에서나 눈물을 흘리고 울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상식적으로 승진하게 된 비서의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도 밝혔다.
민씨는 또 김씨가 도청에서 같이 일하던 지인들과 2017년 9∼12월 나눈 문자도 공개했다.
이 대화를 살펴보면 “주말이든, 공휴일이든 지사님 위해 다 함께 하던게 행복하고 즐거워서 하는 거다. 지사님 말고 아무것도 절 위로하지 못한다”(9월15일), “지사님 하나만 보면 하나도 안 힘든데..저는 모지리인가 보다. 눈물 난다. 갑자기”(10월19일), “지사님이라면 모든 걸 다 내줄 수 있다”(10월21일), “새 업무(정무비서직)를 주신 거다. 그래서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모르겠는데 더 지사님을 알아가게 될 것 같은데 서운하긴 하다. 거리감이 멀어지니”(11월23일), “지금에야 지사님 보면 극복하고 그랬는데 자주 못 보면 자주 쓰러지고 구덩이에 있을텐데”(12월16일), “지사님 보면 무조건 힘나고 웃었는데 지금은 조금 눈물 나지만, 금방 다시 웃겠다”(12월22일) 등이다.
민씨는 그러면서 2심 재판부 판결에 대해 “피해자는 성폭력범과 멀어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왔는데도 몇날 며칠을 누가 보든 말든,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이 울고 슬퍼하고 절망했다”며 “이것이 피해자를 이해하라는 성인지 감수성이냐”고 반박했다.
더불어 ”1심도, 2심도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했지만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며 “도대체 ‘감수성’으로 재판하는 나라가 지구상 어디에 있는지, 성인지 감수성은 법적 증거보다 상위 개념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또 “피해자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 주장이 모두 사실인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씨는 2017년 10월 1심 법정에서 부부 침실에 김씨가 몰래 들어왔다는 이른바 ‘상화원 사건’에 대해 진술하면서 두 사람의 불륜관계를 주장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민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했으나 2심은 김씨의 진술을 더 신빙성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민씨가 안 전 지사의 부인으로 김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윈회’는 지난 20일 성명을 냈다.
공동대책위는 “‘슬립’, ‘맨발’, ‘연애’, ‘서로 사귀었다’ 등 피고인(안 전 지사)의 주장을 배우자가 그대로 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판타지를 배우자가 확산하고 있다”고 사실 무근임을 밝혔다.
또 “안희정에 대한 사랑과 충성이 피해자(김씨) 혼자의 엽기적 불륜 행각으로 뒤바뀔 거라 예상했다만, 예상한 모습을 그대로 보니 암담함도 든다”며 “‘불륜’ 주장은 도구일 뿐이고, 무죄가 나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어떤 날조, 편집, 가짜 뉴스 생산도 다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아래는 위원회 성명의 전문.
예상했던 것이 그대로 등장했습니다. 문자, 카톡, 텔레그램을 예상했습니다. 1, 2심 과정에서 제출된, 같은 정치 집단 내 있었던 동료들이 피고인에게 제공한 것입니다.
피해자가 종사했던 곳은 일반 정치집단도 아니고 대권 그룹입니다. '안뽕'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충성 상태를 독려하고 체크합니다. '힘들지?' 누가 물을 때 '힘들어요.' 라고 정직하게 답하면 큰일나는 첨예한 인적망입니다.
피해자는 오랜 대권주자의 인적 그룹에 투입된, 최측근 수행비서 자리에 발탁된 뉴비(신입)였습니다. 투덜대고 힘들어하고 지사님에 대해 데면데면하는 건 일을 유지하기로 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인사에 대한 결정에 해고 불안이 있어도 정색한 표정으로 질문할 수 없고 '충성 언어'로 읍소해야 했던 그곳은 패밀리이자 결사체입니다.
위력 성폭력이 이루어지는 업계, 가령 예술계든 종교계든, '그 감독님' 문하생 그룹이든 '그 목사님' 신도들이든 통용되는 언어가 있습니다. 새로 진입한 사람은 그 어법을 배우고 구사해야 합니다.
그 어법을 거스르고 정색한 표정으로 얼굴에 '나 피 해 자 야', 라고 쓰고 살아야 했다고 사후적으로 요구한다면 어떤 직장내 피해자, 학교 내 가족 내 성폭력 피해자도 구제 받지 못합니다. 피해자가 맞다면 그 자리에서 술병이라도 들어서 저항했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당시의 환경을 감안하고 판단하는 것. 합리성 판단을 할 때 구체성을 가져야한 것이 자유심증주의에서의 논리적 보완입니다. 2018년 2월에 나온 '성폭력 사건에서의 법관의 성인지 감수성'도 합리성에 대한 보완 판례입니다. 부당해고를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업계와 업체가 신고인의 일탈을 주장할 때 근로감독관이나 판사가 확인하는 부분입니다.
그 집단 내에서 오고간 '어법'이 이렇게 쓰일 거라 짐작했습니다. 모두가 서로 자랑하던 안희정에 대한 사랑과 충성이 피해자 혼자의 엽기적 불륜 행각으로 뒤바뀔거라 예상했습니다만, 예상한 모습을 그대로 보니 암담함도 듭니다.
보좌 받았고, 받들어졌고, 챙김 받았던 대권 주자 안희정씨. 구속되어 있는 지금도 측근들에 의해, 지지자들에 의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살핌' 받고 있는 듯 합니다.
'불륜'이라 명명하고 '서로 합의한 관계'라서 지탄한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안희정에게는 '지사님 힘내세요' 응원하고, 김지은은 죽이기를 합니다.
혹 '불륜' 주장은 도구일 뿐이고, 무죄가 나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어떤 날조, 편집, 가짜뉴스 생산도 다 하겠다는 것입니까. 이제 피고인 배우자 말고 누가 나서기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이것이 2심 최후진술에서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죄송하다고 한 안희정의 대응입니까. 아직도 '지사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안희정 정치그룹의 상고심 대응입니까? 당신들이 만들고 있는 이 모든 퇴행적 현장을 대법원에 제출해야겠습니다.
* '슬립, 맨발, 연애, 서로 사귀었다' 등 피고인의 주장을 피고인 배우자가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출장 중에 타국에서 모두가 머무는 숙소에서 속옷차림으로 긴 복도를 걸어갔다고요? 피고인의 판타지를 피고인 배우자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사실이 전혀 아닌 내용을 기사화, 제목화하는 언론기사는 중단하시기 바랍니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배복주(전국성폭력상담소 협의회 상임대표)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JTBC·온라인 커뮤니티·민주원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