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2-26 19:08:22
기사수정 2019-02-27 07:21:52
지난해 서울 지역 초등학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에 쓰인 예산이 141억원대로 확인됐다. 원어민교사 1인당 평균 연봉은 4200만원대로, 만 4년 된 초등 교사 연봉(14호봉, 세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예산 낭비”라며 서울시교육청(이하 교육청)에 초등 원어민교사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26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이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교육청 초등 원어민교사 현황 및 소요예산’에 따르면 교육청은 지난해 초등 원어민교사 관련 예산으로 125억5614만원을 지출했다. 서울시(14억8223만원), 자치구청(1억2692만원) 등의 예산을 합하면 총 141억6529만원이 원어민교사제 운영에 쓰였다. 원어민교사제도에 들어간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어민교사 1인당 평균 연봉은 4200만원대로 나타났다. 총예산 141억여원 중 각종 부대비용을 제한 뒤 지난해 교육청과 계약한 원어민교사 수 326명으로 나눴을 때 나오는 금액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관련 예산 대부분이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다”며 “예산 편성부터 원어민교사 연봉을 4200만원 정도로 책정한다”고 밝혔다.
원어민교사에 들어가는 예산 총액과 대략적인 연봉이 공개되면서 초등 원어민교사제도를 둘러싼 교육청과 전교조 사이 신경전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초등 원어민교사제도 논란은 지난해 11월 작성된 교육청과 전교조의 ‘2차 정책협의회 합의문’이 최근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합의문에는 ‘초등 원어민교사제도 축소 내지는 폐지를 포함해 초등 영어교육 정책의 개선, 발전방향과 관련해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위원회와 협의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는 앞서 “영어 사교육비를 절감하겠다”며 서울 공립초 원어민교사 확충 계획을 밝힌 교육청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전교조는 초등 원어민교사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로 ‘무용론’을 든다. 초등 수준의 영어교육은 기존 교사들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데 원어민교사를 따로 두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것이다. 원어민교사의 역량부족, 시간 때우기 식 수업 등 불성실한 근무 태도 등도 이유로 거론된다. 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초등학생은 알파벳도 모르는 학생이 많은데 한국인 교사가 영어를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청은 전교조의 반대에도 원어민교사제도 확대 구상을 밀고 나간다는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올해 원어민교사 90여명을 추가 고용하는 예산이 잡혀 있다”며 “전교조도 이미 이런 계획을 아는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은 사실상 용인했다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또 합의문과 관련해서는 “단순히 추후 논의해보겠다는 뜻이며, 축소·폐지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청과 오는 3월부터 다시 협의하기로 했기에 추가 입장표명이 없었을 뿐, 용인한 게 아니다”라며 “초등 원어민교사제도 폐지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