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전면 제재해제 요구…들어줄 수 없었다" [전문]

기자회견에서 밝힌 회담결렬 배경 / “합의문 준비됐지만 서명은 안해… 北과 좋은 친구 관계는 유지할 것… 北,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해줘야 우리도 제재완화 해 줄 수 있어… 한·미 연합훈련 오래전에 포기… 수억 달러 사용 불공정하다 생각” / 폼페이오 “핵탄두 무기체계 빠져…핵목록 작성·신고 등 합의 못해”
28일 북·미 정상회담 후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장엔 폭풍우가 몰아쳤다. 회담 결렬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듣기 전 호텔에 도착한 200여명 내외신 기자들이 일제히 술렁였다. 당초 예정된 시간을 몇 번이나 바꾼 뒤 오후 2시15분,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대동하고 유유히 들어섰다.

핵심은 ‘제재 완화’에 대한 이견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과 관련된 첫 질문부터 “바로 제재 완화 때문에 회담이 이렇게 됐다”면서 이를 숨기지 않았다. 회담 결렬 원인을 직설적으로 북한에 돌린 것이다. 당초 4시에 예정됐던 회견은 업무오찬과 공동성명 서명식이 취소되면서 2시로 당겨졌다가, 다시 2시30분으로 미뤄졌다가 결국 2시15분에 시작하는 등 혼란을 거듭했다. 회견장 입장이 허가된 취재진을 인솔한 백악관 직원들도 잇따른 일정 변경에 “정보가 없다”, “확인해봐야 한다”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노출했다.
배경 설명하는 트럼프 28일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공동합의문 서명 결렬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노이=AP연합뉴스
배경 설명하는 트럼프 28일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배경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하노이=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는 정상회담 결렬과 관련된 이야기를 곧바로 시작하지 않고 베네수엘라 사태를 먼저 언급하고, 답변 중간중간 국내 정치 이슈를 언급하고 정적(政敵)을 힐난하며 시선을 돌렸다. 회담과 관련된 구체적 질문에는 폼페이오 장관이 대신 설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시기상조였느냐’는 질문에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었지만 서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며 “여러 가지 옵션이 있었지만 (합의문에 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은 결렬됐지만) 북한과는 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생산적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회담장을 바로 나온 게 아니라 악수도 하고 헤어졌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다음 회담은 약속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 일답.



◆대북 제재

―김 위원장과 제재 완화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나. 김 위원장이 제재를 완전히 해제하길 원했나.

“우리가 원하는 것 사이에 차이, ‘갭’이 있었다.”

―제재 완화가 쟁점이 돼 진전이 안 됐는가.

“북한에서는 제재를 전체적으로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상당히 비핵화 의지가 있었지만 완전하게 제재를 완화할 준비는 안 돼 있었다.”

―현재 제재가 유지되고 있나.

“북한은 매우 막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제재가 쟁점이었다. 북한은 제재 완화를 원했지만 우리가 원했던 것을 주지 못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할 의사가 있나.

“제재규모를 더 확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북한에 있는 국민들까지 생각하면서 결정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

―김 위원장의 비핵화 관련 입장은. 핵을 일부 보유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코멘트를 구체적으로 하지 않겠다. 김 위원장은 비전을 갖고 있었다. 저의 비전과 일치하진 않았지만 1년 전보다는 많이 가까워졌다. 궁극적으로는 서로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물러서기로 결정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비핵화와 관련한 협상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

“비핵화는 핵무기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북한이 핵을 다 포기해야 한다.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중요하다.”

―앞으로 차이를 어떻게 좁혀나갈 것이냐.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우리에게 주어야 우리도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영변 핵시설 이야기를 나눴나.

“그렇다. (우리가) 영변 핵시설보다 플러스 알파를 원했던 것 아니냐. 아직 나오지 않은 북한 핵시설 중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

―추가로 발견한 시설이 우라늄 농축과 같은 것이냐.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 했다. (핵)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

―핵 사찰은 진행될까.

“어떤 종류든 사찰은 있을 것이다. 일정이 만들어진다면. 잘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28일 서울역 대합실 TV 화면에 2차 북미정상회담 단독 회담 모습이 중계되고 있는 가운데 한 군인이 짐을 싸서 떠나고 있다.
◆주한미군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나.

“우리는 수백만의 돈을 주한미군 주둔에 쓰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제가 오래전에 포기했다. 할 때마다 1억달러의 비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억달러를 군사훈련에 사용하는 게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계속 훈련을 해왔는데, 그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수백만달러를 그런 연합훈련에 쓰고 있다. 한국이 조금 더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까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돈을 많은 부유한 국가를 보호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데 그 국가들은 각자의 안보를 지킬 수 있는 예산이 있다.”

◆오토 웜비어 사건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 언급했나.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거기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뜻을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워낙 큰 국가이고 많은 사람이 감옥, 수용소에 있다 보니 일일이 모른다.”
◆기타

―(회담 결렬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었나. 김 위원장에게 미래 양국 관계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가.

“내 결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전쟁 포로를 송환받으면서 더 이상 실험이 없을 것이라고 했고 어제 저녁 약속도 김 위원장이 더는 로켓과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약속을 믿고 사실이길 바란다. 그 와중에 나는 계속 대화를 나눌 것이고 마이크(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대화를 나눌 것이다. 마이크 역시 그쪽 팀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왔다. 아베 총리나 문재인 대통령과 아직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앞으로 대화를 나눌 것이다. 진행되고 있는 프로세스이지만 아직 서명할 준비가 돼있지 않았고 오늘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문 대통령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을 굉장히 좋아하고 우리는 좋은 관계다.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면 가장 먼저 통화를 할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도 전화할 예정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나.

“중국의 역할은 매우 클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매우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비핵화에서) 중국의 역할과 도움은 매우 클 것이다.”

―핵실험이 다시 시작될까.

“김 위원장은 핵실험을 다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핵과 관계된 일은 어떤 일이든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틀째인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차기 회담은 언제쯤.

“차기 회담은 빨리 열릴 수도 있고 오랫동안 안 열릴 수도 있다.”

―너무 성급히 회담을 가진 것 아닌가.

“항상 물러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내가 만약 함부로 서명을 했다면 ‘너무 끔찍하다’는 이런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언제든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날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백프로 오늘 뭔가 서명할 수 있었고 선언문이 준비돼 있었지만 빨리 하기보다는 옳은 일을 하고 싶었다.”

하노이=홍주형·조병욱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