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3-01 23:17:37
기사수정 2019-03-01 23:17:36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조치가 있어도 취업은 여전히 힘들다. 그런데 막상 어렵게 취업을 한다고 해도 고달픈 회사생활은 매일 사표를 쓰고 싶게 만든다. 정규직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는 회사의 노예 생활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청년은 고용안정을 위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느라 취업 학원가에서 몇 년째 고생한다. 유명 대기업 입사시험에 모두 합격한 청년도 대학교 교직원 합격을 더 고대한다.
일본도 힘든 회사생활보다 고용안정을 원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감독 나루시마 이즈루)에서는 업적 위주의 회사생활이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는 모습을 그린다. 심지어 동료의 아이디어를 훔쳐 성공하는 사람까지 생기는 등 비인간적인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곤 한다.
부장에게 호된 야단을 맞고, 계속된 야근으로 피곤에 지친 다카시(구도 아스카)는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철로로 쓰러지기까지 한다. 그 순간 그를 구해준 사람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신비한 인물 야마모토(후쿠시 소타)이다. 취업은 했지만, 직장생활이 힘들어 죽고만 싶은 다카시와 늘 싱글벙글하는 야마모토의 삶에 대한 태도는 대조적이다. “희망은 사라지지 않아. 잠깐 보이지 않을 뿐이야”라고 말하는 야마모토는 진정한 행복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야마모토의 정체를 밝히려 애쓰던 다카시는 인터넷에 그가 3년 전 죽은 사람으로 검색이 돼 궁금증은 더해간다. 그러나 그의 비밀을 알게 되자 그는 어느새 야마모토의 행복한 삶의 방식을 따라가게 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청년 세대의 중요한 가치가 됐다. 취업을 하느냐 못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 것인가가 더 문제인 것이다. 취업에서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런 보람도 없이 회사의 부속품이 돼 주말만 기다리는 삶을 위해 그토록 힘든 취업준비를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굴욕적인 회사생활을 과감하게 탈출해 회사 좀 그만두고 올게라고 다카시처럼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낯선 곳에서 불쌍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천국에 사는 것처럼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라며 환한 미소를 짓는 야마모토의 모습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한다. 나의 워라밸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