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3-02 15:47:04
기사수정 2019-03-02 16:12:43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임기 내 최대 스캔들로 떠오른 '매월 근로 통계 부정 사건'을 추궁하는 의원에게 "내가 국가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아베 정권 최대 실적으로 추앙 받고 있는 아베노믹스의 내수 경기 진작 효과가 통계 조작됐다고 지적 받고 있는 후생 노동성의 '매월 근로통계 부정 사건'의 배경과 그 내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복수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후생성의 '매월 근로 통계부정 스캔들’ 관련 현안 질의에 응했다.
이날 야당인 입헌민주당 소속 나카스마 아키라(長妻昭)의원이 "통계 문제를 만만하게 보지 않는 것이 좋다. 결과를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국가 위기로 번질 수 있다"라며 "국가 위기 인식은 있느냐"고 물었다.
이를 들은 아베 총리는 "국가 위기 여부를 물었는데, 내가 국가다. 나는 총리대신이다"("今、長妻委員は国家の危機かどうか聞いたが、わたしが国家です。総理大臣ですよ")라고 답했다.
곧 장내는 술렁거렸다. 야당은 "내가 위기가 아닌데 무슨 국가 위기란 소리냐", "총리가 절대 군주 '루이 14세' 같은 발언(짐이 곧 국가다·L'État, c'est moi)을 한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아베 총리의 발언에 거세게 질타했다.
같은날 아베 총리는 시정 연설에서 "5년 연속 이번 세기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졌다"며 "게이단렌(経団連·일본 경제단체 연합회) 조사에서는 겨울 보너스가 사상 최고였다"고 임금상승 기조를 재차 강조하며 통계부정 스캔들을 애써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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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국영 방송사인 NHK에서 보도한 후생노동성 '매월근로노동 통계 부정 스캔들'관련 뉴스 보도 갈무리. 이 보도는 '매월 근로 통계 조사'에서 도쿄도 내 일부 사업소 밖에 조사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
일명 '매월 근로 통계 부정 스캔들'은 올해 초 부각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1996년부터 전국 3만3000여개의 사업소에 노동자 임금과 노동시간의 동향을 파악하는 매월근로 통계(毎月勤労統計)를 산출해 왔다.
이 과정에서 500인 이상 사업장은 전수 조사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2004년 부터 도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전체 약 1400개 사업소 중 3분의 1만 추출해 임의 조사하는 부정을 저질렀다.
이러한 부정으로 인해 임금이 일본 전체 평균치보다 높은 도쿄도의 임금 상승률은 본래보다 부풀려져 실제 지급 임금율은 낮아졌다. 특히 지난1월30일 입헌 민주당 등 국회 야당 등이 국회 공청회에서 발표한 결과가 파문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6월 발표한 근로통계에서는 임금 상승률이 3.3%를 기록해 21년만에 최고치를 달성했으나, 조사단의 부정 산출 자료를 수정한 결과는 2.8%로 실제 발표 수치와 무려 0.5%포인트 차이가 났다. 또 야당 측 조사단 집계 결과 지난해 1월~11월 실질 임금 상승률이 -0.53% 수준이었으나 후생성은 동기 실질임금 상승률을 -0.05%라고 발표했다. 이는 야당 추산율과 10배 가까운 차이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총무성이 56종의 국가 통계 산출을 점검한 결과 22종의 통계를 부정하게 처리해온 것이 드러났다. 또한 도쿄도 뿐 아니라 오사카와 아이치, 카나가와 3부현도 부적절한 조사를 수행하고 있단게 추가로 드러나 파문이 불거졌다.
잘못된 조사로 인해 10여년간 통계상의 임금상승률이 부풀려졌고 실업급여와 산재보험 등의 과소 지급 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은 확산됐다. 지난달 24일 일본 언론 시사닷컴 뉴스에 따르면 후생성의 통계 조사로 인해 실제 받아야 할 돈 보다 과소 지급 받게 된 대상자는 연 평균 인원 1973만명으로 미 지급 급여 총액이 우리돈으로 약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아베 총리는 부실 통계 논란에 그달 30일과 31일 이틀 연속 국회에 출석해 공개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고용과 소득 환경이 착실히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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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 관방장관은 총리와 내각의 의견을 추렴해 최종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스가 관방장관은 아베 내각 일원으로 직접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 대표 브리핑에 나서는 역할을 해왔다. |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과 시민사회 등은 관련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아베 노믹스는 조작 아니냐? 아베 노믹스로 임금이 오르고 있단 것을 맞추기 위해 근로 통계를 조작한게 아니냐?"는 등의 집권 여당에 대한 맹공을 퍼부었다.
지난달 25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회견을 열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스가 관방장관은 "정부 통계의 신뢰성에 관한 사태가 벌어져 매우 유감"이라며 "신뢰 회복을 위해 총무성 통계위원회에 새로운 전문 부서를 설치하고 설치하고 재발 방지와 통계의 정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스가 관방장관은 "경기 판단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기업의 생산량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종합적으로 이뤄진다"라며 "근로통계의 수정에 의해 경기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라고 정부의 통계부정이 실제 경제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해명했다.
총무성은 이번 스캔들로 인해 일반 통계 233개에 대해서도 점검작업을 벌이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한편 아베 정권은 집권 후 '아베노믹스'라는 경기부양 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다. 아베노믹스는 '대담한 금융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 '민간 투자를 환기하는 성장전략' 등 '3개의 화살'을 통해 침체에 빠진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이중 '민간 투자를 환기하는 성장 전략'에 속하는 경기 활성화 전략에 포함된게 '임금의 상승과 이로인한 내수 경기 진작'이다.
이 같은 아베노믹스 정책 기조는 아베 총리 집권 후 경제 지표 상 호실적을 보이며 그의 집권 최대 업적으로 추앙 받아 왔다.
실제 지난달 21일 비즈니스 인사이더 재팬에 따르면 구직자 1인당 몇 건의 구인이 있었는지 알려주는 유효구인 비율(有効求人倍率)은 2012년 아베 정부 출범 당시 보다 지난해 말 기준 0.81%포인트 상승해 고도 경제성장 말기던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실업율도 출범 당시보다 1.9% 포인트 떨어진 2.4% 포인트를 기록하며 일본 버블 경기 막바지였던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총무성 고용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취업자 수는 6664만명으로 아베 총리 집권 당시보다 384만명 증가했고 해당 기록을 집계한 1953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뉴시스·NHK 방송·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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