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웜비어 설화’ 진화에 진땀

“北이 웜비어 사망에 책임 있어 / 협상 때문… 끔찍한 입장 처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해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전에 몰랐다고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가 이를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권의 호된 비판에 이어 웜비어 부모까지 나서서 김 위원장과 북한의 책임론을 제기하자 부랴부랴 ‘설화’ 수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회의 연설에서 웜비어 사건에 대해 “내가 끔찍한 입장에 처했다”면서 “어떤 면에서 나는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면에서 나는 웜비어의 부모와 오토를 사랑한다”면서 “이것은 매우 매우 미묘한 균형”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관해 많은 것을 하는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오토와 그의 가족은 강한 열정과 강인함의 거대한 상징이 됐고 이는 미래에도 지속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오토를 사랑하고 자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웜비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믿는다며 그대로 수용했다가 비난이 쇄도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스스로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1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웜비어 사망 사건에 북한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오해받는 것을 절대로 좋아하지 않지만, 웜비어와 그의 위대한 가족에 관해서라면 특히 그렇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오토와 다른 3명을 (북한에서) 데려왔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했다. 그는 “나는 북한이 오토의 학대와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오토가 헛되이 죽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웜비어 부모는 1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우리가 예의를 지켜왔으나 이제 목소리를 높여야겠다”면서 “김정은과 그의 사악한 정권이 우리 아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