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3-03 19:08:13
기사수정 2019-03-03 23:03:22
실패로 끝난 ‘핵담판’ 재구성 / 美 언론, 합의 불발 과정 상세 소개 / 金 “제재 5건 해제하면 영변 폐기” / 트럼프 영변 이외 핵시설 등 거론 /“그랜드바겐… 비핵화 올인” 주문 / 金 “신뢰없이 한꺼번에 못해” 쐐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세기의 핵 담판’에 실패한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와 외교 소식통을 비롯해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이 잇따라 두 정상이 합의 불발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저녁 회담장인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가벼운 환담을 한 뒤 만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위원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먼저 말을 꺼냈다. 김 위원장은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대북 제재 5건을 해제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유엔 제재 결의가 모두 11건이고, 이 중 2016∼2017년에 취한 5건을 해제하면 영변 핵 단지를 폐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변 단지 전체를 폐기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그 전에 한 번도 제안한 적이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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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준비됐다. 그러니 더 통 크게 하자. 그랜드 바겐을 하자”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에) 올인을 해라”고 주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비핵화의 정의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해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에 관한 정의를 명문화한 문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포기하면 대북 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돕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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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미 보수 진영의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도착, 연설에 앞서 성조기를 껴안으며 미소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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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베트남 국빈방문 일정을 모두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오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서 특별열차에 탑승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
김 위원장은 “조·미 두 나라 간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이어 “어떠한 추가적인 비핵화 단계도 미국의 제재 완화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쐐기를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단계별 타결’을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 타결’을 주장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부분 타결안을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제시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라고 WSJ가 지적했다. 북·미 실무회담에서 협상안을 타결하지 못하자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진은 일괄타결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로 봤지만, 자신을 능숙한 협상가로 자평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였다고 NYT가 전했다.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 단지 폐기와 제재 완화 맞교환 방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오판했다고 NYT가 지적했다.
한편 3일 AFP 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의 만찬 메뉴를 준비했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의 총괄 주방장 폴 스마트가 두 정상의 대조적인 스테이크 취향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만찬의 메인 메뉴로는 양념된 등심구이와 배속 김치가 나왔다. 스마트는 “김 위원장은 레어(rare·덜 익힌)를 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웰 던(well done·완전히 익힌)으로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