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당근' + 비용 감소…트럼프의 연합훈련 '계산법' [뉴스분석]

한·미, 키리졸브·독수리훈련 종료 / 北에 ‘대화 지속’ 메시지 비핵화 유도… 연합방위력 약화 우려 / UFG와 함께 3대 연합훈련 꼽혀 / 北, 그동안 합동훈련에 강력 반발 / 한·미 한발 물러서며 대화끈 유지 /“훈련 폐지 리스크 커… 보완 시급”
3일 공개된 한·미 국방 당국의 키리졸브(KR:Key Resolve) 연습 및 독수리훈련(FE:Foal Eagle) 등 연합훈련 종료 결정은 북한 비핵화 결단을 앞당기기 위한 ‘당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결렬된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KR연습과 FE는 북한이 남침할 경우 한·미 연합군이 이를 방어하고, 반격하는 훈련으로 지난해 유예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함께 3대 한·미 연합훈련으로 꼽힌다. 이러한 대규모 훈련에 명칭을 변경하고, 축소하겠다는 방침은 북한이 그간 예민하게 반응하던 연합 군사훈련에서 한·미 양국이 한발 물러나면서 재협상 및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5년 한·미 연합훈련인 독수리연습(FE)에 참여한 해병대 군인들이 경북 포항 해안가에 상륙해 내륙으로 행군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영향이 크다. 북·미 양국이 비핵화와 제재완화 조치는 입장차 등으로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하면서 회담은 결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고 양국이 차후 협상 여지를 모두 닫은 것은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하나의 과정”이라며 “우리는 계속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두 나라 사이에 수십년간 지속된 불신과 적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해 나가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훈련 종료는 북한에 비핵화 결단에 대한 견인책일 뿐 아니라 자칫 장기화할 수 있는 북·미 사이의 냉각기를 줄이자는 차원의 조치로 볼 수 있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노이=A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관련 발언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했던 건 수억달러를 매번 훈련마다 지출했기 때문”이라며 “그 돈을 한국으로부터 받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돈을 미국이 다른 나라를 지키기 위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연합훈련의 축소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방위금 분담금 문제도 꺼내면서 이중 효과를 누린 것이지만, 이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KR연습과 FE 종료로 연합 방위태세가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규모 야외기동훈련(FTX)인 독수리훈련의 경우 사실상 우리군과 미군의 연대급 이상 병력이 유일하게 손발을 맞출 기회였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비핵화 이행 합의 도출이 지연되면서 한·미는 북한의 핵무력 증강을 중단시키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이런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연합방위력 유지 측면에서나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주한미군의 위상이나 입지, 역할에도 영향이 미치게 된다면 한·미동맹 의미와 한·미관계의 성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국방부는 대대급 이하의 소규모 부대 연합훈련은 상시로 진행되고 ‘작전개념 예행연습’(ROC-Drill)과 통신훈련, 전술토의 등이 진행되기 때문에 훈련의 질과 양적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규모 훈련이 세분화되는 데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지 않는 데 대해 보완할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