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3-06 17:21:10
기사수정 2019-03-06 21:52:48
千 ‘풍경’·張 ‘아이와 집’ 그림 2점 / “팔아주겠다 가져가선 대금 안 줘” / 경매 사이트 통해 그림 매매 확인 / 미술품 에이전트, 40대女 등 고소
유명 화가인 천경자 화백과 장욱진 화백의 작품들이 사기 공방에 휘말렸다. 해당 작가들의 그림을 팔아주겠다며 받아가 놓고 수개월째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일당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사기 혐의로 박모(49·여)씨 등 4명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고소장에 따르면 박씨 등은 지난해 8월 고소인인 미술품 위탁 판매 에이전트 이모(52·여)씨에게 접근해 이씨가 위탁 판매 중이던 천 화백의 채색화 ‘풍경’과 장 화백의 유화 ‘아이와 집’을 받아갔다. 이들은 아직까지 약속한 대금 2억900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지인 중에 수백억원대 자산가 등 미술품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사람이 많다며 이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인 이씨는 “박씨가 소개한 한 기독교재단에서 그림 매입이 결정됐다는 말에 박씨 측에 작품을 넘겼다”며 “이후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고 말했다.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작품들은 올해 초 한 경매 사이트에 등장했다. 이씨는 작품의 원래 주인으로부터 해당 작품들이 한 경매 사이트에 올라와 있다는 얘길 전해들었다. 공교롭게도 해당 그림을 구매한 이는 작품 주인의 지인이었다.
이 밖에 박씨가 한 갤러리 대표와 관장 등에게 수천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찰은 조만간 고소인 이씨를 다시 불러 이번 사건과 관련한 사실관계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고소건과 관련해 박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도 사기 피해자”라며 “왜 나를 고소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씨를) 역으로 무고죄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미술계에선 이 같은 일이 종종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장물인 작품도 몇 차례 거래를 거치면 선의의 취득이 된다”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장물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기자, 이강진 수습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