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낡은 경유차

운전병 출신인 아들은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느 날 돌아와 함박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오늘은 수고비를 많이 받았다”고. 서울 금천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차를 운전했다고 한다. 수동기어가 달린 녹슨 2.5t 트럭. 나이 지긋한 손님은 흔치 않은 대학생 대리기사가 기특했던 모양이다. 1만5000원을 보태 5만원을 줬다고 했다. “열심히 공부 잘하라”는 따듯한 말과 함께.

인심은 돈이 많다고 넘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들에게 말했다. “그 일을 꼭 기억해 두라”고.

미세먼지 대란에 낡은 경유차가 수난을 당한다. 미세먼지 저감 조치로 2.5t 이상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서울 거리를 다닐 수 없다. 나다니면 10만원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간다. 환경부는 크기·유종을 따지지 않고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한다고 했다.

미세먼지 대란의 주범은 무엇일까. 연구자에 따라 분석은 각양각색이다. 김순태 아주대 교수, “봄철 미세먼지의 59%는 중국발이다.” 엿새 내내 한반도를 ‘먼지 감옥’에 가둔 지금의 미세먼지는 대부분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날아들었다. 국내 요인은? 발생원인별로 따지면 초미세먼지의 경우 절반 이상은 공장 굴뚝에서 나온다. 자동차는 15% 정도다. 도시·농촌, 공장·산간 지역에 따라 다르기는 하다. 5등급의 노후차는 등록 차량 2304만2618대 중 11.7%인 269만5079대다. 노후 경유차는 266만4188대다. 노후 경유차가 내뿜는 미세먼지 비중은 얼마나 될까.

낡은 트럭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일까. 낡은 차 한 대에 의지해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일 테다. 그렇지 않다면 중고차 시장에서 200만~300만원짜리 낡은 트럭을 사 끌고 다닐 리 만무하다. 아들이 만난 사람도 그런 사람이다.

노후 경유차 과태료, “당신 때문에 공기가 더 나빠졌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낡은 경유차가 공기질을 악화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주범은 따로 있다. 중국, 공장 매연, 탈원전 이후 늘어난 석탄 발전…. 낡은 트럭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민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여야 할까. 새 트럭을 살 돈이 없다는 것이 죄라면 죄 아닐까.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