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넘어 사물 연결 시대로
19세기 통신과 전화기가 발명된 이후 1G부터 4G 등에 이르기까지 통신 기술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4G까지 통신 발전의 영향은 사람의 연결에 초점이 맞춰졌다. 거리에 관계없이 손실 및 지연 없이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5G 시대에는 사람뿐 아니라 본격적으로 사물이 통신으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4G 때에 등장한 사물인터넷(IoT)이 실내 등 일부 좁은 면적에 국한됐다면 5G의 IoT는 지구 전체를 연결할 수 있는 범위로 확대된다. 초고속 통신을 통해 실현되는 초연결이다.
◆5G에 맞는 콘텐츠는 아직 부족
5G 전파는 이미 송출됐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콘텐츠는 아직 많지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5G 스마트폰이 상용화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서비스 등 변화를 체감하기에는 상당히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5G에 걸맞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SK텔레콤은 다른 분야의 사업자들과의 합종연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CES에서 미국 최대 지상파방송사인 싱클레어방송그룹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20조원대 미국 차세대 방송 솔루션 시장에 진출키로 했고, MWC 19에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케이블TV·방송회사이자 미국 1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인 컴캐스트와 e스포츠·게임 공동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어 세계적인 증강현실(AR) 기기 제조사인 매직리프, 포켓몬고를 개발한 가상현실(VR) 콘텐츠 기업 나이언틱과 5G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게임 및 e스포츠에 대한 영역을 더욱 넓히기 위해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인 싱텔과의 업무제휴도 맺었다.
KT는 글로벌 5G 동맹 강화에 힘쓰고 있다. NTT도코모, AT&T, 차이나텔레콤, 도이치텔레콤, 버라이즌, 후지쓰, 삼성전자, 쏠리드 등과 함께 개방형 5G 네트워크 표준인 O-RAN(Open Radio Access Network) 동맹에 참여해 글로벌 5G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내년쯤으로 예상되는 5G의 B2B 분야 활성화 시점에 앞서 AR·VR 콘텐츠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B2C에서부터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야구경기장의 원하는 곳을 확대해 보는 ‘경기장 줌인’, 최대 4곳의 상황을 동시에 살펴보는 ‘포지션별 영상’ 등을 선보였고 골프에서는 인기 골프선수 경기를 최대 3개까지 골라 보는 ‘인기선수 독점중계’를 서비스했다.
◆AR·VR, 차별화된 콘텐츠로 각광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MR기기인 홀로렌즈2를 공개하며 이를 활용해 의료현장과 건축현장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전작에 비해 시야각이 2배 이상 향상되고 착용감 개선, 가격 인하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존 기기 대부분이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등 기술적 미비를 드러냈던 것과 비교하면 향후 AR·VR 기기의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AR 기기 개발을 놓고 글로벌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도 당당히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AR 광학렌즈 개발 스타트업인 레티널(LetinAR)은 핀홀 안경처럼 아주 작은 구멍을 이용해 시야를 개선하는 효과를 초소형 거울인 핀미러에 적용했다. 안경 위쪽 디스플레이에서 쏘는 이미지가 안경 렌즈 내부의 핀미러에 반사돼 망막에 전해지는 방식이다. 일반 안경과 외형이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다른 HMD에 비하면 활용성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5G 상용화 이후 일반 사용자들에게 가장 변화를 실감하게 할 콘텐츠로는 역시 VR와 AR 혹은 이 둘을 결합한 혼합현실(MR) 및 확장현실(XR)이 꼽힌다.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안경 형태의 HMD를 착용해야 하는데 AR와 VR의 기술 고도화와 맞물리며 HMD의 발전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IoT 등과 맞물리며 2∼3년 내에 AR가 대세를 이룬 데 이어 5년 정도 후에는 AR 글라스 등 HMD가 스마트폰은 물론 TV 등 각종 디스플레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모빌리티, 차세대 주자 떠오를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5G 등 다양한 기술이 집약된 산업으로 ‘모빌리티’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동수단과 도로 및 소프트웨어 등 유무형의 인프라, 서비스 등을 통칭하는 모빌리티는 자율주행차라는 장기적 지향점 외에도 차량 공유 인프라, 서비스 등의 측면에서 이미 많은 수요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자동차 관련 시장 매출액 중 승차공유의 비중은 1%가량에 그쳤지만, 2030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켓도 세계 차량공유 시장 규모가 2025년 2000억달러(약 226조원), 2040년에는 3조달러(약 3400조원)까지 확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빌리티는 신재생 에너지 및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결합한 차량 개발과 5G·빅데이터·AI 등 다양한 ICT(정보통신기술)가 집약된 차량 공유 및 자율주행 기술 등이 총동원되는 만큼 차세대 주요 산업으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ICT 기업과 자동차제작사 등 기존 기업들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뒤엉켜 미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ICT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모빌리티 기업들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